6일 사직 LG-롯데전. 사직구장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경기 전 전광판을 통해 추모 영상을 상영하고 추모 묵념을 실시했다. 그 누구보다 롯데 야구를 사랑하고 아꼈던 故 최효석 부산 MBC 야구해설위원을 위한 추모 행사였다.
최효석 위원은 지난 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화와 롯데의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했다. 당시 경기장에 있던 한화 트레이너들과 경호원들이 심폐소생술 등 초동조치를 취했고,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작별 인사 없이 떠나고 말았다.
최 위원은 야구 팬들 사이에서 '덕업일치(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의 대명사로 통했다. 야구, 그 중에서 롯데 야구에 빠졌었고, 2008년부터 롯데 관련 블로그와 인터넷 방송 활동을 통해 '둠씨'로 이름을 알렸다. 결국 이러한 노력을 보상 받아 지난 2011년부터는 부산 MBC 라디오를 통해 롯데의 전 경기 해설을 맡아 현장을 활발하게 누볐다. 인기 팟캐스트 '거인사생'을 진행하면서 롯데 선수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숨은 비화들을 팬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선수 출신은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 롯데 선수들과 롯데의 야구에 대해선 지식이 해박했고 이를 청취자들이 듣기 쉽게 풀어내면서 위트 있게 전달했다.

최효석 위원은 롯데 선수들에게 다정다감한 형이었다. 경기 전, 누구보다 먼저 덕아웃으로 출근해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물었다. 경기 얘기부터 살아가는 얘기까지. 최효석 위원과 얘기를 나누는 롯데 선수들의 얼굴은 언제나 웃음꽃이 폈다. 그만큼 롯데 선수들에게는 편안한 존재였다. 또 최 위원은 누구보다 롯데 선수들을 아꼈다. 선수들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었다. 그만큼 정이 깊었다. 컨디션 난조로 어깨가 축 늘어진 한 선수에게 "네 생각이 나더라"며 야구 관련 서적을 선물하는 장면은 아직도 기자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다.
최 위원의 비보는 롯데 선수단에게 뒤늦게 알려졌다. 5일 경기는 우천 취소가 됐고, 롯데 선수단은 경기장에 나오지 않은 채 그대로 부산으로 이동했다. 결국 부산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 몇몇 선수들은 최 위원의 마지막을 함께했던 롯데 홍보팀에게 사실이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그만큼 모두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한 롯데 관계자는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반 야구인'이다. 그리고 우리 식구다"는 말로 최효석 위원이 롯데 내에서 갖고 있던 존재감을 설명했다. 6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한 선수는 "꼭 승리한 뒤에 위원님을 찾아뵙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위원과 가까웠던 모든 이들은 "너무 선하고 순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사람들을 좋아했고 친근하게 대했다. 그와 중계를 통해 오랜 기간 입을 맞춘 부산 MBC 김세원 캐스터는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는 형이었다"고 말했다.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부산 MBC 김세원 캐스터, KNN 허형범 캐스터, KNN 이성득 야구해설위원,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홍보팀 조동호 대리, 오동락 사원은 유족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최 위원과 함께 있었고, 6일 새벽 3시 경 함께 부산에 도착해 마지막을 지켰다.
지난 6일, 기자는 최효석 위원의 빈소를 찾았다. 소식을 들었을 때는 물론, 빈소를 찾았을 때도 여전히 믿겨지지 않았다. 2014년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롯데 담당을 본격적으로 맡은 시기는 2016년부터다. 그 전에는 이따금씩 인사만 나눴고 큰 인연은 없었다. 하지만 롯데 담당을 본격적으로 하고 난 뒤에는 먼저 찾아와 "올해부터 롯데 담당이 되신 걸로 안다"며 조카뻘 되는 기자의 롯데 담당을 반겼다. 이후 덕아웃에서 야구 얘기(정확히는 롯데 야구 얘기), 세상 살아가는 얘기 등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교감을 나눴고 부산 주재 기자로 롯데 담당을 하면서 더 의지하게 된 존재이기도 했다.
빈소를 찾은 뒤 6일 경기 전 덕아웃에서 브리핑을 기다리던 그 순간, 휑한 기운이 가슴을 깊게 후벼팠다. 그만큼 최 위원의 빈 자리는 컸다. 가장 후회되는 일은 최 위원을 마지막으로 본 지난 1일 사직 NC전 이후였다. 개막 7연패를 끊고 수훈선수 인터뷰를 위해 덕아웃으로 내려와 누구보다 환한 미소로 한동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이후, 기사 마감을 위해 허겁지겁 기자실로 다시 올라갔고, 최 위원과는 별 다른 인사 없이 그대로 헤어졌다. 늘 그랬듯이 대전 원정 이후 사직구장 덕아웃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환하게 덕아웃에서 기자를 반겨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의미 없는 기약이 됐다. "다음 주에 뵐게요"라는 간단한 인사라도 나누지 못한 것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롯생롯사' 롯데 야구에 살고 롯데 야구에 죽는다. 최효석 위원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그리고 롯데의 야구에 진한 발자국을 남겼다. 이젠 더 이상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게 황망하다. 이젠 하늘나라에서 원 없이 롯데의 야구를 응원하고 더 사랑하고 지켜보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