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혁(25·KIA)과 서진용(26·SK)은 공통점이 많다. 2011년 나란히 팀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서진용은 전체 7순위, 한승혁은 8순위였다. 좋은 체격에 150㎞를 던질 수 있는 우완 파이어볼러이기도 하다. 하지만 1군에 정착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는 ‘나쁜 공통점’도 있다.
두 선수에게 걸리는 기대치는 컸다. 지도자들도 욕심을 부릴 만한 재능들이었다. 하지만 제구 등 몇몇 문제 때문에 성장이 비교적 더뎠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오키나와 캠프까지는 기가 막힌 공을 던진다는 평가로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터진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중요한 보직에서 시즌을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시즌에 들어가자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주춤했다.
한승혁은 36경기에서 39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7.15에 머물렀다. 소속팀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한승혁의 기여도는 미비했다. 오히려 덜 주목받았던 선수들이 한승혁을 추월해갔다. SK의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한 서진용은 전반기 고전하며 보직을 내놨다. 후반기 분전하며 42경기에서 3.91의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찜찜한 시즌이었다.

그랬던 두 선수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또 한 번 속아볼 만한 시즌 출발이다. 한승혁은 인상적인 시즌 1군 첫 등판을 선보였다. 서진용은 5경기 중 4경기가 무실점이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75에 불과하다. 5⅓이닝 동안 사사구도 없다.
한승혁은 올해 1군 첫 등판이었던 4일 인천 SK전에서 역투를 선보였다. 최고 154㎞의 강속구를 던졌다. 제구가 잘 된 패스트볼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판이었다. 여기에 포크볼과 커브가 춤을 췄다. 4이닝 동안 1실점으로 선방하며 팀의 9-6 역전승에 발판을 놨다. 반대편 덕아웃에 있었던 서진용도 6회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두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팀의 리드를 지켰다. 대담한 배짱으로 시즌 두 번째 홀드를 수확했다.
두 선수 모두 절박함 속에 시즌을 시작했다. 한승혁은 “전지훈련 도중 부상으로 귀국했고, 개막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중요한 시즌인데 복합적인 절박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찾아온 귀한 기회를 놓친 서진용도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했다. 다시 찾아올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지난해 오버페이스에서 느낀 점도 적지 않았다. 한층 성숙하게 시즌을 준비했던 셈이다.
사령탑들도 두 선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기태 KIA 감독은 “한 경기를 가지고 뭐라고 평가하기는 그렇다. 1년의 결과가 좋아야 한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펜으로 기용할지, 선발로 기용할지는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발 활용을 고민한다는 것은 분명 코칭스태프가 한승혁의 지난 투구에 강한 인상을 받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서진용을 신중하게 활용하고 있다. 초반에는 되도록 편한 상황에서 등판시켜 경험을 쌓게 한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힐만 감독도 “현재는 5회 정도에 등판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지만, 상황에 따라 경기 후반에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한승혁과 서진용을 둘러싼 또 한 번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skullboy@osen.co.kr
[사진] 한승혁(왼쪽)-서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