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패스트볼 승부’ 산체스, 기어이 삼성 이겨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4.07 20: 51

앙헬 산체스(29·SK)는 올 시즌 KBO 리그를 강타할 외국인 선수로 뽑힌다. 150㎞대 초·중반의 ‘제구가 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리포트는 거짓이 아니었다.
산체스는 시즌 첫 두 번의 등판에서 12이닝을 던지며 2승 평균자책점 1.50의 화려한 성적을 냈다. 피안타율은 1할9푼,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75에 불과했다. 11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단 한 개였다. 패스트볼은 물론 변화구의 제구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순항했다.
보통 외국인 선수들이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적지 않다. 아직 타자들에게는 낯설기 때문이다. 관건은 낯설음이 사라질 때다. KBO 리그의 분석 수준도 꽤 높아졌다. 특이한 버릇이나 약점은 금세 찾아 공략에 나선다. 때문에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는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삼성이 산체스를 한 번 상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산체스가 시범경기 이후 특정팀과 재대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삼성은 시범경기 당시 산체스에게 호되게 당했던 기억이 있다. 4이닝 동안 9명의 타자들이 무더기 삼진을 당하며 위력을 실감했다. 우타자들은 컷패스트볼에, 좌타자들은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점을 내기는 했으나 이는 실책에 기인한 것이었다. 산체스에게는 비자책점이었다.
이날 삼성 타선이 산체스의 ‘뭔가’를 잡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타 팀에게는 좋은 실마리가 된다. 그리고 삼성은 그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보였다. 최근 팀 전체의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타격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초점은 빠른 공에 맞췄다. 변화구에 삼진을 당하는 일이 있어도 산체스의 패스트볼을 공략하지 못하면 힘들다는 계산이 서 있는 듯 했다.
시작부터 선수들이 패스트볼에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다만 1회부터 2회까지 여섯 타자는 모두 범타 혹은 삼진이었다. 여전히 컷패스트볼이 위력적이었다. 1회 이원석은 컷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3회 강한울이 중전안타를 치긴 했으나 빗맞은 안타였다. 3회까지 10타자가 산체스를 상대했지만 외야수들을 뒷걸음질치게 하는 타구는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타순이 한 바퀴 돈 4회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4회 1사 후 이원석은 산체스의 높은 152㎞ 패스트볼을 받아쳐 깨끗한 좌전 안타를 날렸다. 노리는 구종이 들어오자 망설이지 않았다. 이어 러프는 유격수 나주환의 실책으로 기사회생한 뒤 역시 152㎞ 빠른 공이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치며 좌전 안타를 날렸다. 강민호도 3구째 커터(145㎞)를 잡아당겼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코스가 좋아 적시타로 이어졌다.
김헌곤도 중전안타를 쳤다. 이번에도 컷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렸다. 연속 4안타를 친 선수들의 공통점은 모두 빠른 공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체인지업 등 기타 구종에 헛스윙을 하기도 했지만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들어온 것은 놓치지 않았다. 상대 실책을 등에 업은 것도 있고 시원한 장타도 없었으나 기본적으로 삼성 타자들의 집중력이 좋았다.
그러나 산체스도 뒤지지 않았다. 산체스가 왜 좋은 투수인지는 그 다음 이닝부터 잘 드러났다. 상대가 패스트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면승부를 감행했다. 그만큼 패스트볼에 대한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구속을 조금 줄이는 대신 제구가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4회 집중타는 모두 존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반성이 있는 듯 했다. 
KBO 리그에서 아직 6이닝 초과,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진 적이 없었던 산체스였지만 7회까지도 힘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7회에도 151km의 강속구를 던졌다. 오히려 이날은 체인지업(8구), 커브(4구)의 비중을 줄인 채 삼성 타선과 힘대힘으로 승부했다. 삼성 타선도 결국 5~7회까지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산체스 공략은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이처럼 이날은 산체스의 어렴풋한 공략법은 물론, 롱런 가능성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이날 경기 내용은 "제구가 한가운데로 몰리지 않는 이상 산체스는 공략하기 쉽지 않은 투수"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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