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비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당 1개가 넘는 실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팀 수비가 지난해에 비해 나아질 것이라 자신했지만, 아직까지는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SK는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연장 12회 터진 노수광의 결승 끝내기 홈런포에 힘입어 4-3으로 이겼다. 그러나 짜릿한 결말에 비해 경기 내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수비 때문이었다. 사실 수비 문제만 아니었어도 굳이 연장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경기였다.
실책이 곳곳에서 발목을 잡았다. SK는 이날 실책 3개를 저질렀는데 그 중 2개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선발 앙헬 산체스가 호투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어렵게 풀린 결정적인 이유였다. 쌀쌀한 날씨, 제법 강하게 분 바람, 이틀을 쉰 선수들의 감각에서 핑계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나와서는 안 될 실책들이 나온 것은 분명했다.

1-0으로 앞선 4회에는 베테랑 나주환이 뜬공을 잡지 못했다. 1사 2루 상황이었는데 러프의 빗맞은 타구가 3루 방향 파울 지역에 떴다. 나주환이 따라갔으나 포구 지점을 정확히 잡아내지 못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는 점은 있지만 그렇게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 베테랑 나주환이라는 점에서 더 아쉬웠다.
결국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은 러프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갔고, 이는 삼성의 연속 안타로 이어지며 4회 역전을 허용했다. 그나마 2점으로 막은 것이 다행이었다.
3-2로 앞선 8회에도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원석의 3루 방면 타구 때 최정이 공을 뒤로 흘리며 결국 타자주자가 1루에서 살았다. 급하게 송구를 했으나 송구가 원바운드로 들어가며 1루수 로맥도 캐치에 실패했다. 최정은 이미 5회에도 송구 실책을 범한 바 있었다. 이원석의 발이 빠르지 않음을 고려하면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었다.
실책 뒤에는 항상 피안타가 따랐다. 러프의 2루타로 1사 2,3루가 됐고 강민호의 희생플라이 때 동점을 허용했다. 역시 실책이 없었다면 실점은 없을 수도 있었다.
SK는 이날까지 11경기에서 총 13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사실 지금까지는 성적이 좋아서 가린 측면이 있었지만, 팀 내부적으로도 실책의 심각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실제 SK의 실책은 경기당 1.18개 수준으로, 144경기로 환산하면 총 170개의 실책을 범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KBO 역사상 한 시즌 팀 최다 실책은 1992년 쌍방울의 135개다. 역대 최악이라는 불명예를 면하기 위해, 그리고 3강 이상의 도약을 원한다면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하루 빨리 기본부터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