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33·삼성)는 지난겨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인물이었다. 정들었던 친정팀 롯데를 떠나 전격적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강민호의 포지션은 가장 키우기 어렵다는 포수다. 그것도 아주 잘 하는 포수다. 삼성 포수진은 단번에 리그 최상위권으로 도약했다. 반대로 어린 포수만 남은 롯데는 급격한 전력 손실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이번 이적은 “포수의 존재감이 팀에 미칠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이적”이라고 평가됐다. 삼성에 줄 플러스 요소, 롯데에 남길 마이너스 요소 모두가 관심이었다.
시즌 초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단순한 강민호 개인의 공격력 문제를 떠나 팀 평균자책점이 묘한 곡선을 그린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7일 현재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5.88(리그 10위)에서 5.09(리그 7위)로 많이 낮아졌다. 반면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4.56(리그 3위)에서 올해 6.95(리그 10위)로 급등했다.

포수가 팀 마운드에 행사하는 영향력에 대해 객관화된 수치는 없다. “포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분석이 있는가하면, “어쨌든 공은 투수가 던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의 평균자책점이 낮아진 것, 롯데의 평균자책점이 높아진 것을 오직 ‘강민호 팩터’로 분석하는 것은 당연히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삼성 투수들의 심리적 안정감이 더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플러스가 되는 쪽으로 움직였음은 팀 내부에서 이견이 없다.
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투수코치는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단언한다. 오치아이 코치는 신뢰를 근거로 든다. 오치아이 코치는 “일단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여기에 투수들이 자신의 볼을 믿고 포수에게 맡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민호는 물론 이지영도 통산 600경기 이상을 뛴 포수다. 특히 아직 자기 경력과 경험이 부족한 신진급 선수들이 도움을 크게 받는다는 분석이다.
고졸 루키인 양창섭은 “일단 공은 포수에게 던지는 것이다. 최대한 믿고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베테랑 포수를 믿고 자신의 공을 던지기 위해 주력한다는 것이다. ‘강민호’라는 브랜드가 주는 효과다. 설사 그것이 결과적으로 잘못된 리드와 주문이라고 하더라도, 믿음 속에서 던지는 공과 일말의 의심이라도 있는 상태에서 던지는 공은 큰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오치아이 코치가 높은 평가를 내리는 대목도 이 지점이다.
반대로 롯데 포수들은 고전하고 있다. 투수 리드야 그렇다 치더라도 폭투와 패스트볼 비중이 높아졌다. 주전 포수도 자주 바뀐다. 나원탁이 2경기, 나종덕이 7경기, 김사훈이 3경기에 선발로 나갔다. 물론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포수들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투수들도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 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런 요소가 쌓이면 호흡에서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한 해설위원은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홀로 싸워야 하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포수가 블로킹 하나를 해주느냐 마느냐에 따라 기분과 자신감이 크게 바뀐다. 이성적으로는 어린 포수들을 자신들이 커버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시각각 바뀌는 감정을 제어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가면서 호흡을 맞춰가야 할 필요가 있다. 롯데 마운드가 충분한 전력을 갖춘 만큼 아직 비관적으로 보기는 이르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