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97 클럽’ 오타니, MLB 압도하는 환상적 출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4.08 10: 01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의 ‘ShoTIME’이 계속되고 있다. 투·타 모두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세부지표를 보면 오타니의 잠재력과 롱런의 가능성을 모두 읽을 수 있다.
오타니는 시즌이 개막된 지 열흘 만에 시범경기 한 달 부진을 다 씻었다. 선발 등판 데뷔전이었던 2일 오클랜드전에서는 강속구를 펑펑 던지며 6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최고 100마일(161㎞)의 공과 90마일(145㎞) 전후의 포크볼을 던지며 6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3점 홈런 한 방을 맞은 것 외에는 거의 완벽한 투구였다. 
어쩌면 지금까지는 타자로서의 인상이 더 강렬해 보인다. 선발 등판 후 하루를 쉰 오타니는 그 후 3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때렸다. 4경기 성적은 타율 3할8푼9리, OPS(출루율+장타율) 1.310, 3홈런, 7타점이다. 하위타선에서 공포의 한 방을 보여주고 있다. MLB 역사상 자신의 데뷔 첫 4경기 중 3경기 이상에서 홈런을 6번째 타자이자, 에인절스 역사상 첫 홈 3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친 첫 루키이기도 했다.

물론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MLB 구단들의 분석이 집요해질 것이다. 여기에 일본보다 한 단계 수준이 더 높은 MLB다. 이 거대한 판에서 투·타 겸업을 버틸 만한 체력과 능력이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치만 놓고 보면 조심스레 성공 가능성을 점칠 만하다. 선천적인 재능은 ‘진짜’임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누구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누구보다 빠른 타구를 날리고 있다.
오타니는 첫 등판에서 39개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다. 이 중 시속 98마일(157.7㎞) 이상이 찍힌 공이 22개였다. 전체의 56.4%다. ‘스탯캐스트’의 레이더에 걸린 공만 놓고 보면 오타니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7.4마일(156.8㎞)에 이르렀다. 선발투수로 따지면 루이스 세베리노(뉴욕 양키스·97.7마일·표본 90개),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97.5마일·표본 27개)에 이은 3위 기록이다.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속도는 선발 1위다. 오타니의 포심 평균 체감속도는 무려 98.4마일(158.4㎞)로 세베리노(97.2마일), 신더가드(97.3마일)보다도 더 빠르다. 큰 키를 이용해 공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오기 때문이다. PITCH/FX의 자료에 따르면 오타니의 포심 평균구속은 97.76마일(157.3㎞), 체감 속도는 98.84마일(159.1㎞)이었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빠른 공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타구속도는 예상치 못한 수준이다. 비록 전문 타자들에 비해 표본이 적으나 어쨌든 현재까지 평균 타구속도가 무려 97.3마일(156.6㎞)이다. 14개의 인플레이타구 중 9개가 98마일을 넘겼다. 포심 평균구속도 97마일 이상, 타구속도도 97마일 이상이다. 스탯캐스트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이런 선수는 당연히 없었다. 
7일 오클랜드전에서 기록한 홈런의 타구속도는 112.3마일(180.7㎞)에 이르렀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넬슨 크루스(시애틀)가 올 시즌 아직 한 번도 기록해보지 못한 타구속도다. 최고 타구속도는 4일 기록한 112.8마일(181.5㎞)짜리 단타였다.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현재 타구 평균속도는 MLB에서도 1위다. 15개 이상의 표본이 쌓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면 현재 1위는 맷 채프먼(오클랜드)으로 94.9마일(152.7㎞)이다. 그 뒤를 오타니의 팀 동료들인 트라웃(93.5마일)과 저스틴 업튼(93.2마일)이 따르고 있다. 오타니의 수치는 이들을 적잖은 차이로 앞선다.
타구속도는 선수의 힘과 타격 기술을 총망라한 결과다. 타구속도가 빠르면 자연히 안타의 확률이 높아진다. 설사 당장은 결과가 나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반등 희망을 제시한다. 그런 측면에서 오타니는 타격에서도 앞으로 꾸준한 결과를 낼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97마일 이상의 공을 던지는 투수도 흔치 않고, 평균 90마일 이상의 타구속도를 낼 수 있는 타자도 흔치 않다. 오타니는 둘 다 잡으려 하고 있다. 만화 같은 도전이 계속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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