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선발 위용은 어디로 갔을까.
8일 오전 현재 KBO리그 평균자책점 순위 맨 아래엔 2명의 외국인 투수가 나란히 자리했다. 펠릭스 듀브론트(롯데)가 11.37로 26명의 규정이닝 투수 중 가장 높고, 그 다음 키버스 샘슨(한화)이 9.22로 뒤따르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설 만큼 팀에서 거는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크다.
시즌 전 준비 과정에선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2~2013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2년 연속 11승을 거둔 듀르본트는 거물답게 캠프 때부터 완성도가 높은 투수로 평가받았다. 샘슨은 빅리그 경력이 화려하진 않지만, 최고 153km 강속구를 앞세운 구위는 리그 정상급으로 기대를 한껏 모았다.

그러나 시즌 첫 3경기에서 두 선수 모두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듀브론트는 2패, 샘슨은 3패를 당했다. 두 투수 모두 불안한 제구 문제에 발목 잡혔다. 듀브론트는 12⅔이닝 동안 12볼넷을 허용했고, 샘슨은 13⅔이닝 동안 14볼넷을 내줬다. 9이닝당 볼넷이 듀브론트는 8.5개, 샘슨은 9.2개나 된다.
볼넷이 많다 보니 선발투수로서 긴 이닝 소화가 어렵다. 샘슨은 이닝당 투구수가 25.1개에 달한다. 2회에만 5개 볼넷을 허용한 7일 수원 kt전에는 5이닝을 던졌지만 투구수 120개로 그 이상은 무리였다. 듀브론트도 이닝당 투구수가 21.2개에 달한다. 5이닝 이상 투구가 1번뿐, 평균 4이닝을 넘는 데 그친다.
3경기 연속 부진으로 두 선수를 향한 시선은 부정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관건은 반등 가능성이다. 아직까진 시즌 초반이다.
베네수엘라 국적으로 따뜻한 기후의 남미 출신 듀브론트는 추운 날씨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3번의 등판 경기 때마다 기온이 낮았고, 강풍이 불었다. 6일 사직 LG전에는 직구 최고 구속이 143km에 그칠 만큼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폭투도 3개 있었는데 경험 부족한 롯데 포수들과 호흡도 좋지 않았다.
샘슨은 직구 평균 구속이 147.7km로 규정이닝 투수 중 3번째로 빠르다. 직구 회전수도 44.58회로 4위에 해당한다. 9이닝당 탈삼진은 15.2개로 1위. 직구의 구속이나 구위는 정상급이다. 주자 없을 때 피안타율은 2할5푼으로 나쁘지 않다. 주자가 나갔을 때 심리적으로 쫓기는 점을 보완하는 게 관건이다.
롯데와 한화는 시즌 초반이 힘겹다. 롯데는 2승10패, 한화는 4승7패로 하위권에 처졌다. 1선발이 나온 날 3경기를 모두 진 것이 뼈아프다. 머지않은 시간에 1선발 듀브론트와 샘슨의 반등이 필요하다. 벤치의 인내심이 어디까지일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사진] 듀브론트-샘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