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김한수의 원포인트 조언, 잠자던 러프 깨웠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4.08 17: 05

김한수 삼성 감독은 타격 훈련에 임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다린 러프(32)와 통역을 잠시 불러 세웠다. 몇몇 부분에서 논의를 이어간 김 감독은 러프의 타격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다 조용히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미세먼지로 경기가 취소된 지난 6일의 일이었다. 김 감독은 러프에 어떤 조언을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냥… 이야기를 좀 했다”고 웃어 넘겼다. 하지만 타격에 대해 어떤 의견을 주고받은 것은 분명했다. 김 감독은 “러프가 마산에서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삼성의 4번 타자로 확실히 검증이 된 러프다. 지난해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124타점을 기록하며 타점왕에 올랐다. 올 시즌 초반 활약도 무난했다. 그러나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마산 NC 3연전에서 타격이 부진했다. 합계 10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시리즈에 들어가기 전까지 3할3푼3리였던 타율은 2할4푼3리까지 떨어졌다. 가뜩이나 약한 삼성 타선은 러프까지 침묵하자 수렁에 빠졌다.

김한수 감독은 능력을 인정받은 타격코치 출신이다. 1군 타격코치의 가장 큰 덕목은 선수를 기술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 문제점을 짚는 예리한 눈과 해법을 제시하는 통찰력이다. 김 감독은 러프에 근본적인 문제는 없다고 봤다. 다만 일부분에 있어 좋을 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었는데 이를 선수와의 대화를 통해 바로잡고자 했던 것이다. 워낙 능력이 있는 선수라 크게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러프는 김 감독의 대화 이후 되살아났다. 비록 패하기는 했으나 7일 경기에서 5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3안타 중 2개가 잘 맞은 2루타였다. 그리고 8일에는 대폭발했다. 5타수 3안타(2홈런) 6타점 3득점의 만점 활약으로 삼성 타선 폭발의 뇌관 몫을 톡톡히 했다. 멀티홈런은 개인 네 번째, 6타점은 개인 타이 기록이었다. 러프의 활약을 앞세운 삼성도 12-4, 시원한 승리를 챙겼다. 
3-2로 앞선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대포가 터졌다. 7일 기세를 이어가는 홈런이었다.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좌측 담장을 넘겼다. 감을 잡은 러프는 해결사 몫을 톡톡히 했다. 6-2로 앞선 4회 무사 만루에서는 2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쳤다.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좋은 스윙을 해 강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러프는 10-2로 앞선 5회 다시 홈런포를 가동했다. 2사 1루에서 전유수의 투심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다시 좌측 담장을 넘겼다. 물 흐르는 듯한, 러프가 가장 좋을 때 보여주는 스윙이었다. 다시 감을 잡은 만큼 앞으로 꾸준한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어쩌면 내일이 휴식일인 것이 안타까울 수도 있을 법한 호조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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