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성적이 좋았던 SK가 올 시즌 들어 최악의 졸전을 펼쳤다. 실책은 또 나왔고, 사사구가 난무했으며, 타석에서는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팬들이 싫어할 만한 3종 세트가 모두 나왔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 팬들은 7회부터 썰물처럼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SK는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4-12로 크게 졌다. 1회 먼저 2점을 내며 전날 끝내기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는 듯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선발 김광현이 3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며 경기의 전체적인 구상이 꼬였다. 여기에 2회 이후로는 무기력한 경기 내용이 속출했다. 10점차로 진 것보다,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전날까지 11경기에서 13실책으로 시즌 ‘170실책 페이스’였던 수비는 또 문제였다. 수비 실책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다시 노출해했다. 2-6으로 뒤진 4회 실책 두 개가 연달아 나오며 사실상 승기를 내줬다. 전날 3개의 실책이 나오며 하지 않았어도 될 법한 연장전을 치른 SK는 이날도 실책에 울었다.

아직 경기 초반이고 4점차였다. 삼성도 전날 불펜 동원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격의 여지는 충분했다. 그러나 4회 무사 1루에서 최정의 실책으로 악몽이 시작됐다. 강한울의 3루 땅볼 때 최정은 2루 승부가 될 것으로 보고 과감하게 2루에 공을 던졌다. 그러나 베이스에 있던 박승욱이 팔을 뻗어도 잡기 쉽지 않은 수준으로 송구가 빗나갔다. 1사 1루 상황이 무사 1,3루 상황으로 돌변했다.
결국 흔들린 정영일이 이원석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가 됐고 러프에게 곧바로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 강민호의 1루 땅볼 때는 로맥의 송구 실책이 또 나오며 팀 전체가 휘청거렸다. 결국 SK는 4회에만 4점을 내줬다. 이 중 자책점은 1점이었다. 돌려 말하면 수비 실책으로 3점을 허용한 것이다. SK의 시즌 실책 페이스는 ‘180개’로 상향 조정됐다. 역대 최악 수치를 가뿐히 뛰어 넘는다.
마운드도 문제였다. 사사구에 무너졌다. SK는 이날 홈런 두 개를 포함해 11안타를 맞았다. 승부를 하다보면 피안타는 언제든지 나온다. 그런데 볼넷이 8개가 끼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2회 3실점도 선두 강민호에게 내준 볼넷으로 시작됐고, 4회 4실점도 선두 김헌곤에게 내준 볼넷이 빌미가 됐다. 4회에는 밀어내기 볼넷도 나왔다. 실책은 투수들을 굳게 하고, 볼넷은 야수들을 굳게 한다. 가뜩이나 쌀쌀한 날씨에서 투수와 야수가 서로를 돕지 못한 셈이다.
타격도 답답했다. 적극적인 승부를 했지만 포인트를 잘 맞추지 못했다. 타석에서 확실히 노리는 공이 있다면 초구부터 나가는 것이 맞다. 그게 확률 높은 승부다. 그러나 SK 타자들은 이날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4회와 5회 기회가 무산된 뒤로는 의지조차 꺾인 모습이었다. SK 타자들은 6회 9구, 7회 13구, 8회 6구를 봤다. 열심히 쳤겠지만 결과는 너무 무기력했다.
힐만 감독은 올해 수비 등 디테일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 공격적인 승부와 공격적인 스트라이크존 공략으로 사사구를 줄이는 것, 그리고 명확한 플랜을 가지고 타석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날은 이 셋 중에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징조는 이겼지만 전날부터 보였다. 하지만 경기력은 이날 더 떨어졌다.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면 이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 점검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힐만 감독도 경기가 넘어간 상황에서도 이날 선발 선수들 상당수를 7~8회까지 교체하지 않았다. 경기장에 끝까지 남아 뭔가 책임감을 느끼길 바라는 눈치였다. 선수들도 더 이상 실책을 범하지 않았고, 사사구를 남발하지 않았으며, 9회 점수를 만회했다. 그대로 무너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말이었다. 여기에 9일은 휴식일이다. 또 아직 승패차에 여유가 있는 만큼 차분하게 풀어나가면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