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이 한국 공포영화 역대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003년 개봉한 ‘장화, 홍련’(감독 김지운, 314만 6217명)에 이어 한국형 공포 스릴러의 새 역사를 썼다.
9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곤지암’은 어제 17만 5735명을 동원해 17만 6577명이 본 ‘레디 플레이어 원’에 이어 일별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곤지암’의 누적 관객수는 224만 8495명. 손익분기점(70~80만 명)의 약 세 배에 달하는 수치로 흥행을 거뒀다. 이로써 ‘곤지암’은 ‘장화, 홍련’에 이어 공포 영화 2위에 랭크됐다.
신인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된 ‘곤지암’은 개봉 전 흥행에 성공할 거라는 기대를 받지 못했다. 단순히 체험형 공포를 표방하는 신소재로써 공포 마니아층의 관람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물론이고 2040세대까지 섭렵하며 관람층의 저변을 넓혔다.

‘곤지암’은 한국의 정신병원 곤지암이 美 CNN 선정 ‘세계에서 가장 기이한 7대 장소’가 되자 호러타임즈가 멤버들을 꾸려 탐험에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북미에는 ‘블레어 위치’(2016), ‘그레이브 인카운터’(2016) 등 체혐형 공포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장르였기 때문에 기획의 신선함이 통한 셈이다.

정 감독과 제작진은 기획단계부터 배우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쓰기로 했고 억지 공포를 유발하는 사운드를 배제하는 등 전면적으로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무엇보다 실시간 방송이라는 콘셉트를 채택해 관객들이 마치 네티즌으로서 유튜브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안겼다. 배우들의 페이스캠과 시점샷을 통해 생동감을 얻어 관객들이 호러타임즈의 일원이 된 듯한 생생한 공포감을 느끼게 해준다.
호러타임즈의 대장을 연기한 위하준과 팀원 박성훈 이승욱, 그리고 세 사람에 의해 곤지암 정신병원에 함께 가게 된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유제윤 등 7명의 신인들이 전면에 나서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르는 여름이 아니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 초에 공포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이변이다. 앞으로 고착화 된 장르의 공식을 떠나 실험정신을 살린 다양한 영화적 시도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장소를 소재로 가상의 영화를 찍는다면 새로운 형식의 공포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연출 의도를 밝힌 정범식 감독의 ‘곤지암’이 ‘장화, 홍련’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br813@nate.com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