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추신수(36·텍사스)는 한 번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위치한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벌어진 ‘2018시즌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3차전에서 4-7로 졌다. 텍사스는 1승 2패로 위닝시리즈를 내줬다.
1번 우익수로 나선 추신수는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그 중 8회 오승환을 상대로 뽑아낸 1타점 적시타로 포함돼 있었다. 추신수는 5경기 연속 안타, 3경기 연속 멀티출루로 톱타자 역할을 100% 수행했다.
뒷이야기가 있다. 경기 전까지 추신수는 9경기 중 8경기서 지명타자로 나섰다. 노장의 체력분배를 고려한 제프 배니스터 감독의 판단이었다. 수비까지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한 추신수는 아쉬웠다. 수비를 해야 몸이 식지 않아 타격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추신수의 지론. 추신수는 매 경기 전마다 코치와 함께 외야수 훈련을 빼먹지 않았다. 추신수의 글러브는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토론토와 2차전이 끝나고 기자는 배니스터 감독에게 ‘추신수에게 지명타자가 최적의 포지션인가?’라고 질문을 했다. 외야수 기용을 하지 않는 이유를 우회적으로 물었다. 배니스터는 불쾌하다는 듯이 “추신수는 외야수도 본다. 선수에게 최적의 포지션이란 없다. 팀의 승리를 위해 사정에 맞는 포지션을 맡기면 선수는 소화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자신의 결정에 토를 달지 말라는 말이었다.
다음날 3차전을 앞두고 사전인터뷰가 진행됐다. 배니스터는 “자네 어제 추신수 DH에 대해 물어봤던 한국 기자 맞지? 오늘 추신수가 외야수로 나간다”면서 귀띔을 했다.
추신수는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토론토는 1회부터 스티브 피어스의 초구 홈런, 켄드리스 모랄레스의 3점 홈런으로 4점을 달아났다. 토론토가 대량득점을 한다면 맥이 빠지는 상황. 케빈 필라의 타구가 우익수와 1루수 사이 애매한 지점으로 날아갔다. 몸을 날린 추신수는 슬라이딩 캐치로 타구를 잡았다. 토론토의 빅이닝을 막아낸 추신수의 호수비였다. 추신수는 무난하게 우익수를 소화했다.

경기 후 추신수는 우익수에 대해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 수비는 안하고 지명타자 횟수가 많지만 외야에서 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연습하고 있다. 오늘처럼 기회가 있었을 때 낯설지 않도록 코치님과 연습하고 있다. 그런 것이 도움이 됐다”고 평했다.
감독의 평가도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익수’ 추신수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배니스터 감독은 기자를 보고 마치 물어볼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면서 “추신수는 아주 훌륭한 외야수다. 오늘 우익수 역할을 잘 소화해줬다”며 드디어 칭찬을 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알링턴=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