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작품의 연출을 맡은 감독은 대중에게 뜻밖의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를 숨겨 놓곤 한다. 우리는 그것을 ‘이스터 에그(Easter Egg)’라고 한다. 사실 이는 실제 작품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관객의 입장으로선 마치 숨은 그림찾기를 하는 듯한 재미가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해 흥행 대박을 친 공포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에도 뜻밖의 이스터 에그가 숨어 있었다. 바로 18대 대통령 박근혜와 4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여객선이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한 4·16 세월호 참사이다.
박근혜는 재임 중 세월호 침몰 사고 등을 비롯한 재난 대응의 미비와 다수의 추진 정책 실패, 불통 논란 등으로 인해 사회적 저항과 비판을 받아왔다. 결정적으로 2016년 말 민간인 최순실의 국정운영 개입 사실이 폭로됨에 따라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헌정사상 두 번째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까지 포함할 경우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다. 눈치를 살피지 않고 직설적인 비판 및 맹비난을 퍼부은 셈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아챘겠지만 곤지암 정신병원 내부의 벽에 ‘304 angels’라는 낙서가 적혀 있다. 이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를 가리킨다. 또 버려진 병원 내부에는 자살을 시도했다고 알려진 곤지암 정신병원 원장(박지아 분)이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제5·6·7·8·9대 대통령 박정희의 모습도 깜짝 등장해 시선을 모은다. 사회적 함의를 갖고 있음을 알리는 사회비판적 텍스트가 된다.
정신병원의 개관일이 5월 16일, 폐관일이 10월 26일인 것도 각각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5·16군사 정변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쏜 총에 맞아 그가 피살된 날짜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곤지암’에는 호러타임즈 멤버들이 정신병원 내부를 탐험하며 실시간 방송을 하는 것과 더불어 매개체를 통해 전 정권을 비판하는 의미나 상징을 불어넣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 재미가 229만 5509명(영진위 제공)을 불러 모으는데 성공한 것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