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흥행의 열쇠를 관객들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감독 홍상수와 배우 김민희가 이달 25일 새 장편영화 ‘클레어의 카메라’의 개봉을 앞두고 17일 진행될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사회 이후 진행될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다고 배급사 측의 목소리를 통해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저예산 영화이든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이든, 자신들을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고 흥행하기 바라는 것은 모두의 염원이다. 사실 겸손함을 자처하며 ‘관객 수에 욕심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진심이 아니다. 몇 개월 간의 촬영기간을 거쳐 관객 앞에 내놓게 된 이상 입소문을 타고 흥행하기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클레어의 카메라’의 홍상수 감독이나 배우진, 제작진 모두 한마음으로 영화의 성공을 바라고 있을 터다. 지난해에도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당초 예상했던 손익분기점(약 3만 5000명)을 넘은 것은 물론 스페인, 홍콩, 대만, 브라질 등 해외에 팔린 판권 금액까지 포함해 순제작비를 회수했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한 것 보면 이번 영화도 당연히 흥행하기를 바랄 게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홍 감독의 선택이 적잖은 실망감을 안긴다. 많은 영화 팬들이 그로부터 기획의도, 에피소드, 더 나아가 김민희와의 계획까지 듣고 싶어하는데도 기자회견 불참을 고집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현실을 알면서도 취재진이 참석을 요구하는 현실을 보면 양측이 더 꼬여 멀어질 수밖에 없다.
기자회견은 두려움, 논란을 빚어내는 계기가 아니라 고생한 스태프를 비롯한 온 제작진의 성공이 지향점이 돼야 한다. 그러자면 참석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본인들이 작품 이외 사안으로 관심이 쏠릴 것을 우려해 이벤트로 전락시키는 기자회견을 하지 말자는 결심을 했을 수도 있겠다. 어차피 그런 질문이 안 나오리란 법도 없어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일상이나 해외 영화제 참석 여부 등 사소한 것들이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로라도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 피한다고만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제작진과 홍상수 감독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봐야 한다. 역시나 불참으로 의견이 모아진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으나 대중과의 소통에도 한 번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본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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