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바람' 이병헌 “세 편 연속 코미디..할수있는 거나 잘하자”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8.04.13 08: 49

이병헌 감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사맛, 말맛이다. 관객들의 예상을 조금씩 빗나가는 쫄깃한 대사의 향연은 코미디 장르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한다.
전작 ‘스물’에서도 청춘들의 재기 발랄하고 솔직한 대사들이 깊은 인상을 남긴 데 이어 신작 ‘바람 바람 바람’에서도 중년들의 능청스러운 대사들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이병헌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생생한 대사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취재는 따로 없고 저도 메모 잘 하고 기억도 잘 해놨다가 쓰기도 한다. 모든 작가들이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대사, 말맛 이런 게 사실 제가 했던 작품들이 그래야만 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만약 제가 했던 영화들이 액션이나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중요한 영화였다면 말맛이라는 얘기를 못 들었을 것이다. 그것이 중요한 영화를 계속 했던 것 같다. 생활감있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당연히 보여줄 건 그것밖에 없는 거다. 그 부분에 엄청 신경 쓰고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정보전달식의 대사를 써놓고 재미가 없으면 계속 놓고 본다. 이렇게 바꿔보고 저렇게 바꿔보고 좀 세공하는 느낌. 장르에 맞춰서 그런 것들이 덜해지고 더해지고 할 것 같다. 느와르 가서 이런 느낌의 대사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스물’과 ‘바람 바람 바람’은 주인공들의 나잇대는 다르지만 그 캐릭터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를 하고 방황을 한다는 면에서 비슷한 점이 없지 않다.
“‘스물’도 그렇고 ‘바람’도 그렇고 앞으로의 길을 제시하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랄까. 공통점이 있다면 제가 아직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쪽은 사람이다. 사람의 어떤 부정적인 것들, 내재된 부정적 욕망이나 욕구들이 있는데 일상에서 작은 일탈로 느끼는 쾌감 거기서 오는 허무. 그래서 사람이 약간 지질하게 표현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자기 자신 혹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스물’ 후반부 소소반점의 액션 시퀀스에 비견할 장면이 ‘바람 바람 바람’에서도 어김 없이 등장한다. 영화 후반부 호텔 레스토랑 신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어떤 한 공간에서 희극적인 상황에 처해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에 이 감독은 “기술적인 접근도 있는 것 같다. ‘스물’도 그렇고 ‘바람’도 그렇고 큰 여정을 거쳐서 성에 도착해서 그 안에서 클라이막스를 해결하고 그런 드라마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그니처 웃음도 필요했고 기술적으로 임팩트, 클라이막스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레스토랑 씬이 이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생각하는데 모든 인물들이 앉아서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고 말로써 대화로서 잔잔하게 풀어낸다는 게 오히려 상황들이 대치되고 대치되고 했다가 고요하게 해결하는 방식이 새롭게 느껴진것도 있고 다만 그 시퀀스 안에 클래식한 코미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씬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배우분들 연기도 거의 완벽했다.”
‘스물’에 이어 ‘바람 바람 바람’ 그리고 최근 크랭크인한 ‘극한직업’까지 이병헌 감독은 세 편 연속 코미디 영화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 다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지는 않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까지는 할 수 있는 거나 잘하자 하고 있다. 학습중이다. 이번 영화에 액션이 조금 있는데 컷이 많아지면 제가 잘 못 그리더라. 계속 훈련중이고 아직은 할 수 있는 걸 장점으로 활용해서 그것을 견고하게 만들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욕심이 있다면 멜로나 느와르도 당연히 어느 정도 저를 갖춘 후에 생각해보고 싶고. 제가 절대 못할 것 같은 장르는 호러. 제가 잔인한 것 자체를 못 보고 호러 컬트를 아예 못보고. 생각도 하기 싫다. 시놉시스를 한 번 써봤는데 하루 종일 너무 괴롭더라. 영화적인 쾌감도 잘 못 느낀다. 매운 거 싫어하는 거랑 비슷한 거 같다. 너무 고통스러운데 왜 먹지. 영화도 그런 것 같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은 가족 휴먼 신파도 하고 싶다. 제 코미디와 신파가 만났을 때 저 스스로 기대되는 지점이 있다. 저는 신파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가 신파를 싫어하는 줄 아는데 사람들이 사실 좋아한다. 영화 흐름 자체가 그것을 위해 달려가고 강요하고 그런 건 싫어하지만 그 자체는 울림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자꾸 두 편 연속 부모님을 보여드리기 민망한 영화들을 하고 있는데 사실 가족영화를 준비하던 게 있었는데 밀렸다. 가족영화 따뜻한 영화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이렇게 너무 차갑게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서 지금까지는.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다. 그래서 다른 결의 극한직업을 선택한 것도 있다.” /mk324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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