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태인의 투혼, 과정이 다를 뿐 결과는 같았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4.11 06: 15

롯데 자이언츠는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팀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기존 이대호, 송승준, 손승락, 이명우를 비롯해 채태인, 이병규, 고효준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손아섭, 전준우 등 주축 선수들도 이제는 베테랑이라고 불리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연차가 됐다.
조원우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줄곧 베테랑 선수들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베테랑들이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팀에 불어다 줄 영향력에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베테랑 선수들에 더해 젊은 선수들도 점점 팀에 많아지는 상황인 만큼 이들이 팀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선수단을 이끌어주길 기대했다. 베테랑들에게 보내는 신뢰, 그리고 베테랑들에 대한 기대치는 비례했다.
하지만 개막 이후 롯데는 이전 ‘대권 후보’라고 꼽았던 것이 무색할 정도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베테랑들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일단 승리를 하면서 팀의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울산 넥센전에서 나온 채태인의 모습은 팀의 처진 분위기 속에서 나온 투혼이자 울림의 메시지였다. 3-3으로 맞선 7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한 채태인은 그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3루 방면으로 기습번트를 댔다. 상대 내야진을 당황케 했다. 넥센 3루수 김지수는 깊숙한 수비 위치에서 다급하게 뛰어 들어와 타구를 잡은 뒤 1루에 송구했지만 악송구가 됐고, 채태인은 2루까지 향했다.
이 과정에서 채태인은 1루와 2루에서, 총 두 번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채태인은 30대 후반의 베테랑이다. 이런 선수가 기습번트를 대고 전력질주를 한 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결국 채태인의 재치, 그리고 투혼을 발판으로 롯데는 무사 2루의 득점권 기회를 잡았고 앤디 번즈의 결승타로 시즌 3승째를 달성했다.
조원우 감독이 채태인 같은 베테랑에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조원우 감독이 기대했던 베테랑의 역할과는 괴리가 있었다. 베테랑인 만큼 부상 방지가 최우선이었고 그들이 해줘야 할 순간에 해주는 것을 더 원했다. 그런 가운데 채태인은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플레이를 했다. 채태인 같은 베테랑이 이런 플레이를 했다는 것 자체가 팀의 분위기가 처져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만큼 롯데는 절박했다. 채태인은 그 절박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과정은 달랐지만 얻고자 하는 결과는 결국 하나였다. 팀을 다시금 하나로 만들고 포기할 수 없다는, 승리를 갈망하는 메지시를 채태인 나름의 방법으로 표출한 것이었다.
채태인은 경기 후 “팀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선수들이 위축되어 있다. 모두 이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잘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오늘 슬라이딩을 하고 번트를 한 것도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것뿐이다. 오늘 어려운 경기 끝에 승리했는데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감과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밝혔다.
이젠 채태인이 보인 투혼과 울림을 경기력에 녹아내는 일만 남았다. 14경기 3승11패, 정규시즌 144경기의 약 10%정도만 소화했을 뿐이다. 남은 90%의 시즌, 130경기 동안 달라진 롯데의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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