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꽤나 놀란 눈치였다. 지난 8일 수원 KT전에서였다. 0-6으로 뒤진 4회 추격의 스리런 홈런을 터뜨린 이성열(34)이 덕아웃에 돌아온 뒤 오른손으로 한 감독의 가슴팍을 툭 때린 것이다. 오른손으로 이성열의 왼손과 맞잡았던 한 감독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오른손 펀치에 놀란 기색이었다.
한 감독은 "성열이가 홈런을 치고 들어오면서 가슴을 탁 때리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이거다' 싶었다. 그 홈런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확실히 바뀌었다"며 "그동안 미친 선수가 하나쯤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성열이가 제대로 미쳤다. 5타점을 올리며 큰 활약을 해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사실 홈런을 치고 나서 감독의 가슴을 치는 건 이성열만의 오래된 트레이드마크. 지난 2013년 넥센 시절 염경엽 감독의 가슴팍을 때린 것이 시작이었다. 한화 이적 후 김성근 감독에겐 감히(?) 가슴팍을 칠 수 없었지만, 지난해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에선 홈런 후 종종 가슴을 치는 세리머니로 웃음을 안겼다.
이성열은 "넥센 염경엽 감독님 때부터 홈런을 치고 오면 가슴을 쳤다. 사실 어떤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루틴이나 징크스 같은 것도 전혀 아니다"며 웃은 뒤 "그저 감독님께 '열심히 잘하겠습니다' 같은 일종의 인사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홈런 기운을 감독님께 전하는 의미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독특하지만 이성열만의 자기의지 표현이다.

지난해 한화 토종 타자 중 최다 21홈런을 터뜨린 이성열은 지난달 시범경기에서 넥센 조상우의 공에 종아리를 맞아 근육이 손상됐다. 개막 엔트리가 불발됐고, 시즌 초반 한화는 장타 부재에 시달렸다. 이성열의 빈자리를 실감했다. 이성열도 자신의 잘못으로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당초 재활 및 복귀에 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3주 만에 복귀했다. 한 감독은 "성열이를 사실은 2군에서 2~3경기 정도 더하고 올릴 생각이었지만 팀 상황이 여의치 않아 1경기만 보고 올렸다. 그 정도로 좋은 활약을 해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성열은 복귀전 이후 10일 대전 KIA전에도 2타수 1안타 1볼넷 1사구 3출루 활약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이성열의 복귀 이후 한화는 2연승을 달렸다. 이성열의 가세로 한화 중심타선에도 힘이 실렸다. 한용덕 감독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 이성열의 가슴 치기 세리머니와 함께 한화도 확실한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