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 "입에 채운 족쇄"…유병재 울린 '표현의 자유'(종합)
OSEN 정지원 기자
발행 2018.04.12 07: 06

'표현의 자유'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문제작에 대한 소신있는 의견일지라도 논란이 된다면 입을 막아야 하는 것일까. 
유병재가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대한 사견을 팬카페에 올렸다가 때아닌 논란에 휘말렸다. 자신의 팬카페에 "남녀 나이차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강한 폭력이 나오긴 하지만 (폭력의) 정당화는 아닌 것 같다"는 글을 게재한 뒤, 일부 팬카페 회원과 설전이 벌어진 것. 
일부 팬카페 회원들은 유병재가 여성 폭력에 대한 안일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결국 유병재는 "내겐 단순한 문화취향이었던 것이 어떤 분들에겐 눈 앞에 놓인 현실 속 두려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나도 젠더권력을 가진 기득권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 논란이 사과문까지 게재했어야 할 일인지 여부를 놓고 또 다른 논란 분분하다. 기실 유병재의 생각은 제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해 주장하는 기사도, 칼럼도 아니다. 유병재는 '나의 아저씨'의 기획의도인 '사람이 사람을 통해 위로받고 변화하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이에 따른 짤막한 감상을 팬카페 회원들과 주고받았던 것 뿐이다. 
물론 유병재의 생각에 반박하는 이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 아니다. '나의 아저씨'가 지난 3월 첫 방송 후 데이트 폭력 논란과 로리타 논란에 휘말려온 건 애청자 못지 않게 이를 불편해하는 이도 있었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그 주장과 생각을 절대 틀렸다고 치부할 순 없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 때문에 유병재의 생각도 무작정 틀렸다고 치부할 순 없는 것이다. 유병재는 무작정 논란을 옹호하는 입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팬카페에도 "남녀 나이차의 편견을 거두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강한 폭력이 나오긴 하지만 (폭력의) 정당화는 아닌 것 같다" 등 논란이 될 부분을 거둬들인 뒤 감상평을 남겼다.
게다가 유병재의 글은 팬카페에서 팬들과의 자유로운 소통 도중 나온 지극히 사견이었다. 단순히 의견이 다른 것으로 머물지 않고, 사과문과 피드백을 요구한 일각의 행동은 자유로운 표현에 오히려 족쇄를 채우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특히 유병재는 연예인이기 이전에 작가로서, 논란을 옹호하는 입장이 아닌 대본과 대사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씁쓸함을 남긴다. 
어찌됐든 유병재는 팬카페를 통해 자신의 글로 불편했을 이들을 향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당연히 사과했어야 한다는 반응도 있고, 또 '입에 족쇄를 채운 격'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앗아간 선택이라는 지적도 있다. 
물론 젠더 평등이 이뤄지기 전까지 젠더이슈와 관련한 많은 사안은 예민하고 중요하게 다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팬카페에 올린 사견까지 사과문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일련의 흐름이 과연 100% 옳은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한 번 쯤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jeewonjeo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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