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책임감 제로’ 로저스, 쓸데없는 신경전으로 자충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4.11 21: 28

팽팽하게 흘러가던 경기. 하지만 쓸데없는 신경전으로 감정을 소모한 것이 자충수로 전락해 팀의 연패를 막아내지 못했다. 에이스의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보기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넥센은 1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정규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0-12로 대패를 당했다. 이로써 넥센은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날 넥센은 연패 탈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선발 투수는 팀의 에이스였던 에스밀 로저스였다. 장정석 감독은 경기 전, “로저스가 연패 탈출을 이끌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도 어느 정도 유리하게 흘러갔다. 롯데는 선발 송승준이 1⅓이닝 만에 부상으로 조기 강판을 당했다. 경기 전 예상도 우위를 보였다면 경기에 들어서도 우위를 보일 수밖에 없던 환경이었다.
로저스도 기세를 이어갔다. 1회 손아섭에 2루수 내야 안타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3회까지 모든 타자들을 범타 처리했다. 4회에 들어서기 전까지 8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하지만 4회말 선두타자 손아섭을 상대하면서부터 흐름이 묘하게 흘렀다. 로저스는 손아섭에게 초구 2구를 모두 스트라이크로 꽂았다. 그리고 3구 째 손아섭의 발 쪽으로 원바운드 공이 향했다. 여기서 상황이 발생했다. 이기중 구심은 일단 볼 판정을 내렸다. 손아섭의 생각은 달랐다. 손아섭은 자신의 왼 발에 투구가 맞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아섭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손아섭으로서는 당연한 권리였다.
그런데 이 때 로저스가 뜬금없이 끼어들었다. 로저스는 손아섭을 향해 무언가 말을 걸었다. 맞지 않았다는 어필을 손아섭에 하는 듯 했다. 손아섭 입장에서는 로저스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비디오 판독을 요쳥했고 그 결과를 따르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로저스의 이해하기 힘든 신경전은 계속됐고 손아섭은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포수 박동원이 중간에서 손아섭을 만류했다.
로저스 입장에서는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놓은 뒤 사구로 출루시키는 것이 다소 억울할 수도 있었다. 결국 비디오판독 결과 손아섭의 왼발에 맞았다는 판독 결과가 나오며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다. 이후에 자신의 투구에만 집중한다면 충분히 앞선 3회의 투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로저스는 자신이 시작한 신경전에 스스로 말려들었다. 이후 채태인과 이병규에 연속 안타를 허용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전준우에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선제 실점했다. 이후 신본기에게 2타점 적시타까지 얻어맞아 4회에만 3실점 했다.
결국 로저스는 이후 전혀 안정을 찾지 못하고 흔들렸다. 5회에도 좀처럼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 채 2점을 실점하고 4⅔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됐다. 결국 에이스가 스스로 무어진 넥센은 더 이상 패배를 막아내지 못했다. 롯데의 흐름을 억제하지 못한 채 7점을 내주며 자멸했다. 로저스는 연패 탈출이라는 에이스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필요했다. 하지만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챘다. 에이스의 책임감을 가졌다고 보기 힘들었다. 결국 로저스의 신경전 하나에 팀은 5연패 수렁에 빠졌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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