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탄성으로 바뀌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진명호(29)는 자신의 생애 최고의 역투를 펼치며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
롯데 자이언츠 1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정규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2-0 대승을 거뒀다. 타선의 대폭발에 힘입어 이날 롯데는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대승의 밑거름은 선발 투수의 부상 조기 강판이라는 변수를 완벽하게 차단한 진명호의 역투가 있었다.
이날 롯데는 선발로 등판한 송승준이 1⅓이닝 만에 왼쪽 허벅지 근육 통증으로 조기 강판 당하는 악재를 맞이했다. 불펜에서 급히 몸을 풀고 올라온 투수는 진명호였다. 올 시즌 7경기 등판했지만 모두 경기 중후반 1이닝 안팎의 짧은 이닝을 소화한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진명호가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우려는 당연했다. 다소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이 모든 우려를 잠재우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진명호는 2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맞이한 첫 타자 마이클 초이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시작했다. 이후 고종욱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해 2회를 마무리 지었다. 1루수 채태인의 다이빙 캐치가 팀을 도왔다.
진명호의 역투는 3회부터 5회까지 내리 이어졌다. 3회초 장영석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김혜성을 삼진, 박동원을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4회에는 이정후를 1루수 땅볼, 임병욱을 3루수 땅볼, 김하성을 삼진으로 솎아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진명호의 하이라이트는 5회였다. 이미 불펜에는 오현택이 몸을 풀고 있었다. 진명호의 역할은 5회까지라는 것. 그리고 진명호는 자신의 모든 힘을 짜냈다. 그 결과 박병호와 초이스, 고종욱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 K행진으로 5회를 마무리 짓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진명호는 3⅓이닝 동안 6탈삼진 퍼펙트로 자신의 역할을 200% 다 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진명호는 이날 최고 147km에 달하는 빠른공(23개)과 최고 138km까지 찍은 슬라이더(22개), 그리고 최고 136km까지 나온 포크볼(7개)를 적절하게 구사하면서 선발이 일찍 내려간 마운드를 책임졌다. 진명호가 완벽하게 마운드를 지배하는 동안 타선도 넥센의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를 두들기면서 리드를 만들었다. 진명호에게도 다시 한 번 승리 투수 자격이 생겼다. 진명호의 가장 최근 승리는 2012년 8월21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였다(3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 모든 이들을 탄성에 빠지게 한 진명호의 퍼펙트 역투는 2059일 만의 승리를 다가오게 만들었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