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겸 작가 유병재가 '나저씨' 논란에 즉각 사과하며 돌아설 뻔 했던 일부 대중의 마음을 잡았다. 그러나 유병재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 사과문을 게재할 정도의 글이었냐는 반응에는 서로 다른 여론이 대립하고 있다.
유병재는 11일 자신의 공식 팬카페에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관련, "작가님, 감독님, 배우님들은 하늘에서 드라마 만들라고 내려주신 분들인가보다. 김운경 작가님이 젊어지시면 이런 느낌일까. 이런 대본을, 이런 대사를 쓸 수만 있다면 정말 너무 좋겠다"라는 개인적인 감상을 게재했다.
이에 유병재 팬카페 회원 일부는 '나의 아저씨'의 폭력 미화, 젠더 권력 논란 등을 거론하며 그의 의견에 반기를 들었다.

유병재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남녀 나이차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보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강한 폭력이 나오긴 하는데 (폭력의) 정당화는 아닌 것 같다. 그 방법이 옳다고 장려하는게 아니라. 그 정도 표현도 못하게 막으면 창작자는 얼마나 좁고 외롭겠냐"는 입장을 덧붙였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작가로서, 대본과 대사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제 생각을 팬카페에 자유롭게 게재한 것이었으나, 일부 회원들은 이에 반기를 들고 설전을 이어갔다. 이후 유병재는 "내겐 단순한 문화취향이었던 것이 어떤 분들에겐 눈 앞에 놓인 현실 속 두려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나도 젠더권력을 가진 기득권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유병재는 자신의 글이 어떤 부분에서 논란이 됐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짚은 뒤, 대중이 불편했을 부분을 언급하며 겸허히 그 반응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남겼다. 논란이 불거진 뒤 즉각 사과문을 게재한만큼, 대부분의 대중 역시 유병재의 입장을 이해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며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유병재가 팬카페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과정에서 올린 사담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임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문과 피드백을 요구한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여론의 반응이 제각각 나뉘고 있다. 공인이라면 팬카페에 올린 사담이라도 사과문을 게재해야 한다는 입장과 표현의 자유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에 씁쓸함을 드러내는 반응이 양립하고 있다.
그러나 유병재의 빠른 사과문이 젠더 이슈에 민감한 일부 여론을 다시 돌려세운 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는 그의 선택이 옳은 것이 됐지만, 팬카페에 올린 사견까지 사과문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일련의 흐름이 과연 100% 옳은 것이라 할 수 있을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jeewonjeong@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