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잠실 원정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위안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문승원(29)과 김태훈(28)이 진화에 대한 가능성을 생생하게 남겼다.
SK는 11일과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11일에는 타선이 극심한 침체를 이어간 끝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했다. 12일에는 0-2로 뒤진 9회 4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했으나 9회말 마무리가 무너지면서 뼈아픈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마운드만 놓고 보면 긍정적인 대목이 적지 않은 잠실 3연전이었다. 규모가 큰 잠실에서 젊은 투수들이 공격적인 피칭으로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11일 선발 박종훈의 무실점 피칭, 서진용의 2이닝 호투를 비롯, 12일 선발 문승원과 13일 선발 김태훈도 나란히 호투하며 마운드 체질 개선의 신호를 뚜렷하게 알렸다. 특히 문승원 김태훈의 투구는 분명 기대 이상이었다.

팀의 5선발인 문승원은 11일 7이닝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대체 선발인 김태훈은 12일 경기에서 6⅓이닝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점) 호투로 프로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비록 두 선수 모두 승리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으나 든든한 투구로 팀에 힘을 보탰다.
두 선수는 시즌 초반부터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적이 아주 화려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볼넷을 뚜렷하게 줄여가며 대량실점을 막고 있다. 문승원은 올 시즌 3경기에서 11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은 단 2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탈삼진/볼넷 수치가 1.79개였던 김태훈 또한 올해는 2.67개로 시작하고 있다. 안타를 맞더라도 적극적으로 승부한다는 공통된 기조가 점차 정착되고 있다.
문승원은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은 선수였다. 지난해에는 투구템포를 빨리 가져가며 잡생각을 지웠다. 올해는 생각을 비워낸 머리에 적극적 승부라는 과감함을 채워 넣었다. 효과는 있었다. 피안타율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점은 줄어들었다. 시즌 3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졌고, 3실점 이하로 막았다. KT-KIA라는 강한 타선을 상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5.33에서 4.15로 낮아졌다. 100개 이상의 공을 능히 던질 수 있는 스태미너는 여전하다.
김태훈도 마찬가지다. 캠프 당시부터 컨디션이 좋았던 김태훈은 체중을 감량하면서 중심 회전이 좋아졌다. 그 결과 가장 좋을 때의 구속을 되찾았다. 12일 경기에서는 최고 149㎞의 강속구를 던졌고, 5회 이후에도 145㎞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LG 타자들을 막아섰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고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즌 4경기 평균자책점은 1.98에 불과하다. 다른 팀이었다면 능히 선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수치다.
사실 5선발, 그리고 대체 선발에게 바라는 기대치는 크지 않다. 5이닝 이상을 무난하게 버텨주면서 타선 지원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문승원과 김태훈은 시즌 초반 레이스에서 이 기대치를 초과하고 있다. 선발야구를 꿈꾸는 SK로서는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고 있는 셈이다.
7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스태미너를 갖춘 5선발은 분명 찾아보기 힘들다. 기복을 줄인 문승원은 그런 능력이 있는 선수다. 김태훈은 메릴 켈리의 부상 이탈 공백을 거의 완벽하게 메우며 이제 다시 불펜으로 돌아간다. 김광현의 등판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SK로서는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히든카드다. 현 시점에서는 리그 최강의 5·6선발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다. /skullboy@osen.co.kr
[사진] 문승원(왼쪽)-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