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이 지성준에게 꽂혀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주목해야 할 선수로 5년차 포수 지성준(24)을 꼽았다. 한용덕 감독은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다. 어깨가 강하고, 펀치력도 있다. 기대치가 큰 선수"라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들이 "감독님이 지성준에게 꽂혀 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범경기 막판 팀 내 최고참 포수 정범모를 NC로 트레이드한 것도 백업 포수로 지성준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데뷔 첫 개막 엔트리에 든 지성준은 12일까지 9경기를 뛰며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다. 17타수 6안타 타율 3할5푼3리 1홈런 2타점에 도루도 3번 중 한 번을 잡아내 저지율 3할3푼3리다.

12일 대전 KIA전에서 데뷔 최고의 날을 보냈다. 4회 문경찬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중앙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 데뷔 첫 홈런을 터뜨렸다. 홈런 포함 첫 3안타 경기였다. 시즌 3전 전패 중이던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과도 호흡을 맞춰 6이닝 1실점 호투로 첫 승을 도왔다. 공수에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처럼 잠재력이 꿈틀대기 시작한 지성준이지만 사실 프로 입단은 화려하지 않았다. 청주고 시절 주전 포수로 활약했지만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한화 관계자는 "경쟁 끝에 어렵게 데려온 선수"라고 말했다. 드래프트에는 뽑히지 못했지만 가능성을 본 다른 구단이 지성준에게 육성선수로 영입 제의를 한 것이다. 그것도 포수 왕국이란 두산이었다.

두산은 OB 시절부터 명포수를 끊임없이 배출해낸 팀으로 유명하다. 그런 두산에서 탐낼 정도로 지성준은 좋은 자질과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한화 관계자는 "고교 3학년 시절 갑자기 체격이 커지면서 성적이 좋지 않아 지명받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있었다"고 말했다. 지성준은 대학 진학보다 프로행을 원했고, 연고팀 한화의 육성선수 제의를 단번에 수락했다. 그의 집도 대전홈구장 바로 옆에 있을 만큼 한화는 익숙한 팀이었다.
지성준은 "2015년 1군에서 9경기를 뛰며 짧게 맛보고 내려갔다. 2015년 시즌 후 수술(골반)을 하고, 2016년은 재활로 반을 날렸다. 지난해에는 복합적인 이유로 야구가 안 돼 떠올리기도 힘들다. 공도 제대로 못 잡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작년 마무리캠프 때부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새로 오시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부분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타격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수비에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블로킹을 보완해야 한다. 오늘(12일) 홈런을 쳤지만 경기 후반 어이없이 볼을 빠뜨리는 실수를 많이 했다"며 "다른 건 몰라도 도루 저지는 자신 있다. 도루저지율 1위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포수 왕국도 탐낸 지성준의 잠재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