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도 가족도 아닌 며느리"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방송에 등장한 자막이다. 만삭의 몸으로 시댁에서 음식 장만을 하고 아이를 돌봐야 했던 개그맨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의 눈물과 함께 등장한 이 자막은 현 시대의 며느리를 대변하고 있는 말이라 씁쓸함을 자아냈다.
두 사람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결혼. 시간이 아무리 흘려도 시댁에서는 아직도 며느리에게 많은 것을 강요한다. 요즘이야 제사, 환갑 등의 가족 행사를 간소화하는 경향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명절마다 시댁을 찾아야 하는 며느리들의 부담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시댁에 간 며느리는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향하게 되고, 식사부터 후식, 술상까지 모두 다 처리하고 난 후인 늦은 밤에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몸만 힘들면 그나마 다행이다. 시댁 식구들 눈치까지 봐야 하니 가시방석이 따로 없다. 남편이 눈치 빠르게 아내를 배려해주면 또 좋으련만,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이런 며느리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아내 시청자들의 공감, 혹은 공분을 자아냈다. 박세미는 임신 8개월 만삭의 몸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보채는 아이를 챙기며 시댁으로 향했다. 그리고 내내 서서 음식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셋째를 낳으라는 시댁 식구들의 강요에 시달렸다.
아이가 잘 시간이지만 시끄러운 분위기에 아이가 잠들지 못하자 박세미의 고충은 더욱 커졌다. 결국 박세미는 눈물을 흘렸다. 숨소리 하나 내지 않을 뿐더러 늘 자신을 챙겨주는 친정 식구들과는 너무나 다른 시댁 식구들에 서운함을 느꼈던 것. '손님도 가족도 아닌 며느리'라는 씁쓸한 자막은 이 때 흘러나왔다.
아무리 잘 지내도 결국 시어머니에게 박세미는 '딸'이 아닌 '며느리'였다. 물론 대놓고 구박을 한다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며느리를 조금만 더 가족으로 대해줬다면 박세미가 이렇게까지 서러워하지도, 시청자들이 분노를 하지도 않았을 터.
문제는 이러한 모습이 너무나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이런 관습들을 바꾸자는 마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방송을 통해 조금은 떨어져서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본다면 깨닫는 바가 클 것이라는 것. 이제 막 첫 방송을 마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종국에는 '이상하지 않은'으로 바뀔 수 있을지, 그 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역시 흥미진진할 것으로 보인다. /parkjy@osen.co.kr
[사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