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존 욕설 퇴장' 이용규는 왜 화를 참지 못했을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4.14 06: 10

프로 15년차 베테랑 이용규(33·한화)가 데뷔 후 처음 퇴장 조치됐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 때문에 순간적으로 끓어오른 화를 참지 못했다. 
이용규는 지난 13일 대전 삼성전에서 7회말 풀카운트 승부 끝에 한기주의 6구째 몸쪽 높은 직구에 루킹 삼진 당했다. 볼로 판단한 이용규는 구심을 맡은 황인태 심판의 스트라이크 아웃 콜이 떨어지자마자 펄쩍펄쩍 뛰었다. 아쉬움에 돌아서 혼잣말로 내뱉은 욕설이 황인태 구심의 귀에 들어가 퇴장 조치됐다. 
순간적으로 화가 났고, 심판을 바라보며 욕설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욕설 자체는 잘못됐다. 2018 KBO 리그규정을 보면 경기 중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으로 욕설을 금지하고 있다. KBO가 거듭 강조하는 클린베이스볼에도 위배된다. 

다만 올해 리그 전체적으로 선수와 심판 사이에 스트라이크존을 둘러싼 불신이 깊어지고 있고, 이용규도 그동안 쌓인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단순히 이날 한순간의 장면 때문만은 아니다. 시즌 초반부터 몇 차례 아쉬운 볼 판정이 있었다. 
지난달 25일 고척 넥센전에서 이용규는 2회 볼카운트 2-1에서 최원태의 4구째 높은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가 되자 입을 크게 벌리며 혼자 아쉬움의 탄식을 했다. 어깨 높이로 들어온 공에 구심의 손이 올라가자 당황한 기색이었다. 결국 5구째 비슷한 코스로 들어온 커브에 배트가 헛돌며 삼진을 당했다. 
지난달 28일 마산 NC전에는 3회 볼카운트 1-1에서 구창모의 3구째 높은 직구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 순간 타석에서 펄쩍 뛴 이용규는 구심을 보지 않고 다른 곳을 응시하며 아쉬워했다. 이어 4구째 구창모의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에 루킹 삼진 아웃됐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낮게 빠진 것으로 본 이용규는 한동안 타석을 떠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하며 들어갔다. 
12일 대전 KIA전에선 2회 볼카운트 투볼에서 헥터 노에시의 3구째 낮은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됐다. 이 역시 볼이 빠진 것으로 생각한 이용규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잠시 구심을 바라봤지만 곧장 고개를 돌려서 혼자 삭혔다. 그리고 다음날 삼성전에서 한기주의 몸쪽 높은 직구 삼진을 당하자 예민하게 반응했고, 순간적으로 내뱉은 욕설 때문에 퇴장 처분을 받았다. 
올 시즌 리그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어느 선수든 공 하나하나 따지면 아쉬운 기억이 더 크게 남겠지만, 이용규의 경우 시즌 초부터 애매한 볼 판정에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고, 표정이나 동작이 큰 편인 이용규라 더 눈에 띄었을지도 모른다. 
이용규는 13일까지 시즌 16경기에서 타율 3할4푼9리 22안타 5타점 14득점 9볼넷 출루율 4할2푼5리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삼진도 10개를 당했다. 삼진율 13.7%는 주전으로 자리 잡은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 삼진을 적게 당하기로 유명한 이용규이지만 그답지 않게 삼진이 증가한 것도 스트라이크존 영향과 무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SPOTV 중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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