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움직였다".
삼성의 '캡틴' 김상수(28)의 간절함이 통했다. 몸을 사리지 않은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잠자던 사자 군단을 깨웠다.
김상수는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2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타율 1할8푼2리로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지만, 김한수 감독은 김상수를 2번에서 빼지 않았다. 김한수 감독은 "FA를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 잘해야 하는 시즌인데 본인도 답답할 것이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한수 감독의 애정 어린 믿음에 김상수가 드디어 보답했다. 시즌 첫 3안타 맹타로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끈 것이다. 1회 첫 타석부터 중전 안타로 스타트를 끊은 김상수는 2회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두 타석 만에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4회 3번째 타석에서 내야 안타로 시즌 첫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간절함을 담은 투지가 빛났다. 투수 제이슨 휠러를 맞고 유격수 쪽으로 튄 타구. 한화 유격수 하주석이 공을 캐치한 뒤 1루로 강하고 정확한 송구를 뿌렸지만 김상수가 빨랐다. 1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가며 손이 먼저 베이스에 닿았다.

유니폼 하의 벨트가 풀릴 정도로 김상수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거칠었다. 박재현 1루 베이스코치와 벨트를 바꿔 주루플레이를 이어갔다. 허리에 맞지 않은 벨트를 차고도 열심히 움직였다. 경기 후 김상수는 "팀이 연패 중이라 무조건 살아나가고 싶었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주중 두산과 대구 홈 3연전을 모두 내줘 9위로 떨어진 삼성으로선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었다. 김상수는 말보다 행동으로 간절함을 보여줬고, 이날 삼성의 4-2 승리와 3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타격과 주루뿐만 아니라 유격수 수비에서도 부드러운 움직임과 특유의 강한 어깨로 어려운 타구들을 손쉽게 처리했다.
김상수는 "무엇보다 팀 연패를 끊은 것이 기쁘다. 오늘 승리를 계기로 팀이 상승세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아직 많이 부족하다. 결과가 안 좋아 팬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상수의 간절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삼성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