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랜차이즈 최다승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화 투수 배영수(37)는 청춘을 삼성에 바쳤다. 지난 2000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뒤 2014년까지 15년을 몸담으며 통산 124승을 쌓았다. 삼성 소속으로 통산 최다승 기록. 2014시즌을 마친 뒤 한화로 FA 이적했고, 삼성에서의 승리는 124승에서 멈췄다.
배영수가 떠난 2015년부터 윤성환이 41승을 쓸어 담았고, 통산 123승으로 배영수 기록에 1승 차이로 바짝 쫓아갔다. 공교롭게도 14일 대전 경기에서 두 선수가 선발로 맞붙었다. 윤성환이 승리하면 124승으로 타이기록을 이룰 수 있었지만, 배영수의 자존심이 이를 가만히 지켜볼 리 없었다.

배영수는 1회 선취점으로 1점을 내줬다. 무엇보다 33개 공을 던지며 힘을 뺐다. 이원석과는 12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기도 했다. 2회에도 볼넷·안타·사구로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김상수를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이원석을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 없이 넘겼지만 2회까지 투구수가 59개였다. 5이닝 투구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3회부터 투구 패턴을 바꿨다. 1~2회 직구가 계속 커트를 당하며 투구수가 증가하자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는 식으로 변화를 줬다. 오히려 직구를 결정구 삼아 배영섭을 루킹 삼진, 강민호를 유격수 땅볼 유도했다. 3회를 공 9개로 삼자범퇴한 배영수는 4회부터 6회 2사까지 안타 하나만 허용했을 뿐, 나머지 타자들을 모두 범타로 손쉽게 돌려세웠다.
결국 6회 2사까지 투구수 107개로 임무를 다했다. 5⅔이닝 3피안타 3볼넷 1사구 4탈삼진 1실점. 한화의 14-2 대승과 함께 배영수도 시즌 3번째 등판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최고 141km 직구(49개)·투심(3개) 외에 포크볼(36개)·슬라이더(19개) 등 변화구 비율을 높여 윤성환에게 완승을 거뒀다. 자신의 눈앞에서 삼성 최다승 타이기록을 허락하지 않았다. 개인 통산 136승으로 현역 최다승을 기록을 하나 더 늘렸다.
반면 배영수 앞에서 그의 기록을 넘봤던 윤성환은 패전투수가 됐다. 4이닝 8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6실점으로 일찍 내려갔다. 최고 구속이 138km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구위에 힘이 없었다. 직구(36개) 외에 슬라이더(22개)·커브(9개)·체인지업(3개)을 구사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로써 윤성환은 개막전 승리로 통산 123승을 달성한 뒤 3경기 연속 124승 도전이 좌절됐다. 시즌 첫 패를 당하며 평균자책점도 5.60에서 7.06으로 치솟았다. 어느 때보다 힘겨운 스타트다. /waw@osen.co.kr

[사진] 배영수(위)-윤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