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기지개’ 이대호, 심신 추스르고 맹타 시동?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4.15 06: 15

전환점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그 전환점이 극적인 순간 찾아왔다. 롯데 자이언츠 ‘캡틴’ 이대호(36)가 부활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과연 심신을 추스르고 맹타에 시동을 걸 수 있을까.
롯데는 지난 13일 광주 KIA전에서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7점을 뽑는 빅 이닝 속에 8-4,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조금씩 정상을 찾아가는 팀의 페이스가 일단 고무적이다. 주간 3승째를 수확하면서 개막 이후 처음으로 주간 승률 5할을 예약했다. 하지만 승리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따로 있었다. 그동안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있던 이대호가 부담을 털고 팀의 대역전극에 주역으로 올라섰다는 것.

이날 롯데 역전극의 시작은 이대호였다. 0-4로 뒤진 8회초 2사 1루에서 우중간 적시 2루타를 뽑아내며 1점을 추격했다. 그리고 2-4로 맹추격을 개시한 9회초 1사 만루에 다시 등장해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4-4 동점을 만드는데 일등공신이었다. 이대호의 적시타로 분위기는 롯데 쪽으로 완전히 넘어왔고, 이후 민병헌의 결승 스퀴즈 번트, 이병규의 쐐기 3점포로 역전극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대호는 이날 올 시즌 첫 3안타 경기와 첫 3타점 경기를 동시에 만들어냈다. 2루타 이상의 장타와 타점 기록 모두 지난 4일 대전 한화전 이후 7경기 만이었다.
롯데가 개막 7연패에 빠지는 등 개막 이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4번 타자이자 주장을 맡은 이대호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조원우 감독은 언제나 이대호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줬다. 이대호도 이에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성적에 책임감은 곧 부담감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개막 7연패를 당한 뒤인 지난달 31일 사직 NC전이 끝나고는 퇴근길에 ‘치킨 테러’를 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부담감에 짓눌리며 컨디션 회복이 더디자 결국 지난 11일 울산 넥센전에서는 시즌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조원우 감독은 당시 “그동안 (이)대호가 팀 상황이 좋지 않아서 심적으로 많이 지쳤던 것 같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한 선수여서 부담이 많았다”면서 “그동안 결과가 좋지 않아서 투수들과 승부에서 많이 쫓겼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루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그 날, 롯데 타선은 대폭발하면서 12-0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대호의 부담감을 다른 선수들이 나눠서 짊어졌다. 하지만 이튿날 이대호가 선발 라인업에 복귀하자 타선은 타시 침체됐고, 3-5로 패했다. 이대호는 여전히 침묵했다. 선발 라인업 제외가 특단의 묘수가 아니었던 것. 결국 이대호의 부활은 이대호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것을 재확인한 경기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3일 경기에서 이대호의 활약은 개막 초반 부진을 딛고 부활의 기지개를 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경기였다. 이대호는 경기 후 “계속 안 좋았던 모습이 나에게 상처가 되고 팬들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그런 생각을 떨쳐야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런 계기들이 있으면 나도 팀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고 다짐했다.
이대호가 스스로 팀 승리의 주춧돌 역할을 하면서 어깨에 잔뜩 놓여 있던 부담감을 어느 정도 내려 놓았고 그동안 받았던 비난의 상처도 어느 정도 씻어냈다. 여기에 지난 14일 광주 KIA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몸도 하루 휴식을 취했다. 지난 이틀 간 이대호는 심신을 추스르며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과연 마음의 짐을 털어내며 휴식까지 취한 이대호가 본연의 모습으로 거인의 진격을 다시금 이끌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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