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가 말하는 한화의 변화, "괜찮아 한마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4.15 06: 06

"괜찮아, 그 한마디가 큰 힘이다". 
한화 투수 배영수(37)는 지난 14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등판했으나 1~2회 연속 만루 위기를 겪었다. 2이닝 총 투구수만 59개가 될 정도로 쉽지 않은 투구였다. 이닝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배영수에게 한용덕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는 한마디였지만 베테랑 배영수에게도 아주 큰 힘이 됐다. 3회부터 직구에서 변화구로 투구 패턴을 바꾼 배영수는 6회 2사까지 버텼다. 그 사이에 타선이 터지며 14-2 대승을 거뒀고, 배영수는 5⅔이닝 3피안타 3볼넷 1사구 4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한화 토종 투수 첫 선발승. 

배영수는 "감독님께서 '괜찮다'고 믿어주시니까, 그게 큰 힘이 됐다. 덕분에 투구 패턴을 바꾸며 여유를 갖고 투구할 수 있었다"며 "제일 중요한 건 감독님 믿음이다. 사실 내가 지금 잘 던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괜찮아' 이 한마디가 참 좋더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씩씩하게 하라는 의미이실 것이다. 3회부터 마음 편하게 한 것이 도움이 됐다. 지금 우리가 좋은 방향으로 팀이 하나로 가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한화 선발 평균자책점은 6.86으로 10개팀 중에서 가장 높다. 퀄리티 스타트가 4번으로 두 번째 적다. 그럼에도 한용덕 감독은 선발투수들에게 믿음을 계속 주고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5회를 채우려 한다. 초반에 흔들린다고 눈치주지 않는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경기가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도 오히려 "괜찮아"라고 격려하며 "과감하게 승부하라"며 전투력을 불어넣는다. 
배영수는 "전문가들이 우리 팀 선발진이 약하다고 하지만, 다른 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록을 떠나 서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선후배들이 뭉치고 있고, 감독·코치님들 어드바이스가 너무 좋다"고 기록 이상의 것을 강조했다. 
이날 배영수가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도 송진우 투수코치의 조언이 작용했다. 배영수는 "1회 직구 힘이 있는 것 같아 직구 위주로 승부했는데 컨트롤 미스가 많이 나더라. (2회) 만루 때 송진우 코치님이 '힘으로 던지니 공이 높다. 완급 조절로 붙어라'고 따끔하게 말씀하셨다"며 "이닝이 끝날 때마다 코치님이 '강강강'으로 가선 안 된다고 했다. 송진우 코치님은 승부욕도 1등이고, 여러모로 나와 잘 맞는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박정진이 빠진 상황에서 배영수는 팀 내 최고참으로 1군을 이끌고 있다. 코칭스태프의 믿음과 지도 속에 후배들의 변화도 눈에 들어온다. 그는 "올해로 한화에 온 지 4년째다. 후배들이 어느 때보다 정말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오늘(14일) 경기에서 포수 최재훈이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는데 잘 이겨냈다.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후배들의 모습이 보기 좋고,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최재훈을 비롯해 한화의 젊은 선수들은 최근 경기를 마친 뒤 야간에도 실내 타격연습장에서 자율 훈련을 하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해야 할 것을 찾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올해 19년차 베테랑 배영수에게도 한화의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 9승8패, 단독 4위란 성적 이상으로 한화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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