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시즌 KBO리그 초반 스트라이크존(이하 S존)이 최대 화두다. 현장에선 심판과 선수들이 S존을 두고 날 선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서로 손해다. 냉정함을 되찾아야 한다. 원칙을 지키면서 신뢰 회복에 양측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
S존은 현재 과도기에 있다. 지난해 KBO는 심판위원회를 개편했다. 김풍기 신임 심판위원장이 강조한 것은 'S존을 규정대로 넉넉하게 보겠다. 특히 높은 쪽은 공은 젊은 심판들 위주로 인색했다. 위가 높아지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타자의 가슴쪽도 스트라이크 판정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타고투저의 영향도 있지만, 심판들이 방송 중계의 가상의 S존을 의식하면서 점점 좁아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룰대로 높은 코스, 바깥 코스에 걸치면 스트라이크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처럼 몸쪽은 타자 보호를 위해 좁게 보고, 대신 바깥쪽은 투수에게 후하게 보는 경향도 언급했다.

그러나 단번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초반에는 넓어졌다가 시즌을 치르면서 현장에서 판정 불만의 목소리가 쌓이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다시 좁아졌다는 평가다. 올해 다시 심판들은 S존을 넓게 보려 한다. 시즌 초반 규정을 벗어나지 않게 후한 판정을 하는 편이다. 투수들이 유리하다는 말은 별로 없는 반면, 타자들은 다시 예민해졌다.
지난해부터 크게 달라진 것은 높은 코스 스트라이크다. 과거에는 인색했던 코스다. 올해 초반에도 높은 코스는 넉넉하게 보는 편이다.
지난 3일 오재원(두산)은 삼진을 당한 후 '안 높아요?'라고 지속적으로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지난 13일 이용규(한화)도 몸쪽 높은 공에 항의하다 욕설로 퇴장당했다. 같은 날 이원석도 두 타석에서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는데, 처음에는 몸쪽 높은 공이었다.
힐만 SK 감독은 S존에 대해 "미국은 가슴 아래까지 스트라이크를 잡아준다. 한국은 허리띠 정도까지 잡아주는 것 같다"며 KBO리그는 높은 코스가 좁다는 의견을 보였다. 타자들이 높은 스트라이크에 어느 정도 적응해야 한다.

한 야구 관계자는 "올 시즌 초반 선수들의 잦은 판정 어필이 선수협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선수와 심판이 그라운드에서 날을 세운다면, 서로 아무런 소득이 없다. 양보없이 마주한다면 양쪽 모두 손해를 보는 '치킨 게임'이다.
지난 13일 KBO, 선수협, 심판위원회 3자가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오해할 만한 부분은 바로잡고, 신뢰 회복을 위한 대화를 마련했다. 선수들이 볼 판정에 선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질의는 가능하다. 판정도 입도 벙긋하면 퇴장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심판은 선수들의 불만 사항을 전해듣고 개선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동업자 의식을 갖고 서로 존중하자고 얘기를 나눴다
물론 간혹 존을 벗어난 공을 심판이 스트라이크로 선언하기도 한다. 어쩌다 낮은 코스, 바깥쪽 공을 잡아주는 경우도 있다. 구심이 한 경기에 평균 300구는 본다. 5개 정도 볼 판정을 잘못했다면 1.6%다.
힐만 SK 감독은 심판과 선수 사이의 불만은 서로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 1개가 안 좋게 판정됐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다음 투구를 준비하는 것이 낫다. 감정적이면 유리할 것이 없다"며 "심판도 판정에 사적인 개인 감정이 들어가면 모든 것이 어긋날 수 있다. 콜을 잘못했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느끼지 않겠나"라며 일관성 있는 판정을 부탁했다.
심판위원회의 노력도 필요하다. 여론은 심판에 유독 냉혹하다지만 심판 스스로도 자신들을 되돌아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판정이다. 일부러 잘못 보려 하지는 않겠지만, 눈에 띄는 이상한 판정이 계속되면 신뢰가 무너지고 오해가 쌓인다.
더불어 선수들을 향해 말을 하거나, 설명을 할 때 권위주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KBO 관계자는 "권위의식을 두고 심판들은 잘 의식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현장에서 선수들과 이야기 할 때 말 한마디도 조심해서 해달라고 심판위원회에 부탁했다"고 밝혔다. 소통, 대화가 심판의 권위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감독이나 선수가 의도적으로 판정에 항의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처럼 분위기 반전, 아니면 퇴장을 각오하고 항의할 때도 있을 것이다. 작심하고 항의한 후에 퇴장을 받으면 된다. 다만 우리는 퇴장을 엄청 큰 잘못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단순 퇴장으로 끝나고, 다음 경기에는 잊고 시작하면 된다.
힐만 감독은 "ML에서도 심판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욕하고 퇴장을 당하면서 안 좋은 감정이 생길 수는 있지만 그 다음 날에는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문화적 차이일 수 있지만,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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