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투구 이닝, SK의 복잡한 고차 방정식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4.18 06: 16

SK 에이스 김광현(30)이 팔꿈치 수술을 성공적으로 떨쳐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SK는 더 복잡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바로 김광현을 얼마나 활용하느냐다. 마냥 계속 쓰기도, 마냥 아끼기도 애매하다.
2017년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김광현은 복귀 후 첫 4경기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냈다. 3승1패 평균자책점 2.75의 성적이 많은 것을 대변한다. 19⅔이닝에서 17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선수 스스로가 팔꿈치에 대한 불안감을 벗어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고무적이다. 숫자도 좋다. 김광현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146.7㎞)과 슬라이더 평균구속(135.6㎞)은 수술 직전보다 2㎞ 정도 올랐다.
김광현은 시즌 개막 당시 “첫 세 경기는 재활등판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SK도 투구수를 조절했다. 80~85개 안팎으로 제한을 걸었다. 그런 김광현은 이제 자신의 상태에 대한 확신을 더해가고 있다. 매 이닝에서 받는 팔꿈치 스트레스를 확인해야겠지만, 다음 등판부터는 100개까지도 투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5월 중으로는 정상 컨디션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광현의 정상적인 상태는 확인을 했다. 이제는 SK의 셈법이 다소 복잡해졌다. SK는 올해 김광현에게 포스트시즌 포함, 110이닝 정도를 맡기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로테이션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김광현의 이닝을 관리하고, 힘이 떨어질 시기에는 아예 1군에서 제외해 휴식을 주겠다는 구상도 있었다. 모든 계획의 기본은 김광현의 팔꿈치 상태였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때문에 당분간은 김광현이 주 1회 정도 꾸준히 등판할 전망이다. 그러면 SK가 생각했던 시즌 초반 이닝 소화를 넘어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광현은 4월의 절반이 가기도 전에 약 20이닝을 던졌다. 이대로 가면 시즌 중반에 조기 셧다운이 불가피하다. SK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팀 중 하나로 뽑힌다. 시즌 초반 성적도 그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SK는 어찌됐건 김광현을 가을까지 끌고 가야 한다. 그러나 잘 던지고 있는 투수를 아무런 이유 없이 멈추게 하는 것도 자연스럽지는 않다.
김광현의 팔꿈치에 쌓이는 스트레스는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어차피 1~2번의 휴식기는 거쳐 가야 한다. 그래도 통증이 재발하지 않는 이상 순리대로 가면 110이닝을 자연스레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이에 대해 “아직 시즌 초반이고 김광현의 상태를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닝 초과에 대해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경우의 수를 열어뒀다.
제한 이닝 해제는 생각보다 더 복잡한 일이다. 그냥 던지게 해서 될 일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선수와의 면밀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1년을 날린 것에 대한 큰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 김광현이다. 팔꿈치가 아팠을 때도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고집을 부린 김광현이, 멀쩡한 팔꿈치 상태에서 등판을 고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SK는 미리 조사한 데이터, 그리고 김광현의 의사를 종합적으로 절충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때로는 선수의 고집을 현명하게 꺾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 김광현을 어느 시점에서 쉬게 할 것인지도 난제다. 팀 컨디션이 떨어질 때 김광현이 쉬면 큰 손해다. 김광현의 상태를 살피면서도, 팀 전력에 최대한 해가 되지 않는 시점을 골라야 한다. 또한 김광현이 쉴 때 어떤 선수를 대기시킬지도 지금부터 구상을 짜야 한다. 김태훈이 준비하고 있지만, 김태훈도 불펜에서 차지하는 몫이 적지 않다. 또한 너무 자주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4월 말부터는 SK의 고차 방정식 풀이가 시작될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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