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낮게 봤나 싶을 정도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외인 타자 제라드 호잉(29) 이야기만 나오면 싱글벙글이다. 한용덕 감독은 "정말 못하는 게 없다. 시즌 전 내가 호잉을 너무 낮게 봤나 싶을 정도"라며 "의외로 선구안이 좋고 장타도 잘 친다.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잉은 지난 17일까지 시즌 18경기에서 타율 4할3리 27안타 8홈런 23타점 17득점 4도루 OPS 1.325로 맹활약이다. 타율·OPS·장타율(.851) 1위. 득점권 타율 4할7푼4리에서 나타나듯 찬스에 강하고, 9볼넷-12삼진으로 선구안도 꽤 수준급이다.

빠른 발을 앞세운 폭넓은 수비,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다만 타격에는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극단적인 오픈 스탠스로는 KBO리그 투수들의 변화구에 약할 것으로 우려됐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연 결과 호잉은 기대 이상이다.
특히 장타력이 돋보인다. 홈런 8개로 SK 제이미 로맥(9개)에 이어 이 부문 2위. 로맥은 미국 때부터 전형적인 거포형 타자였지만, 호잉은 중장거리형 타자로 호타준족 스타일에 가까웠다. 그런데 한국에 와선 웬만한 거포 뺨친다. 17일 두산전에선 가장 큰 잠실구장에서 데뷔 첫 연타석 홈런까지 폭발했다.

모두가 호잉의 활약에 깜짝 놀라고 있지만, 박종훈 한화 단장은 그다지 놀랍지 않은 표정이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잉은 지난 2014~2015년 트리플A에서 26개와 23개의 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호잉도 "미국에서 4번타자를 해봤다. 홈런을 칠 파워도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종훈 단장은 "이게 호잉의 실력인가 보다"며 웃은 뒤 "트리플A에서도 타격이 좋았던 선수다. (호잉 영입 전) 트리플A 홈런 영상을 모두 찾아 봤다.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라면 더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는 스윙이었다. 선구안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바깥쪽 떨어지는 변화구만 적응하면 좋을 것으로 봤는데 지금 이렇게 잘해준다"며 기뻐했다.
실제 박종훈 단장은 지난해 11월 호잉 영입을 앞두고도 "미국과 우리나라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에는 10km 정도 차이가 난다. 그 차이가 매우 크다. 미국에서 10km를 극복하지 못한 중장거리 타자들이 0.1초의 차이로 히팅포인트가 달라지면 뜬공이 될 타구가 홈런이 될 수 있다"며 호잉의 장타자 변신 가능성에 주목했다. 롯데 짐 아두치(2015년 28개), KIA 로저 버나디나(2017년 27개) 같은 케이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박 단장의 예상대로 호잉은 홈런 8개 중 7개를 150km 미만의 공들을 공략해서 만들었다. 지난 10일 대전 KIA전 6회 한승혁의 151km 직구를 받아친 게 유일한 150km대 공략 홈런. 나머지 7개 홈런은 145km 이하 패스트볼, 변화구였다. 17일 두산전에 유희관의 106km 커브와 121km 슬라이더를 연타석 홈런으로 연결했다. 미국 시절 150km대 강속구에 어려움을 겪던 호잉, 한국에서 '거포 본능'은 예고된 변화였을지도 모른다. /waw@osen.co.kr
[사진]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