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사인 훔치기' 논란에 휩싸였다. 타 구단의 반응은 '사인 훔치기는 아니다. 다만 정보 공유의 방법이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1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KIA전. LG측 더그아웃 옆 통로의 벽에 선수들을 향한 A4 용지 공지문이 붙어 있었다. KIA 투수들의 구종별 사인이 적혀 있었다. 포수가 투수에게 내는 손가락 사인의 종류로 보인다. 또는 주자가 있을 때 투수들이 포수에게 내는 사인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타 구단 관계자들은 '사인훔치기'로 문제될 사항은 아닌 것으로 봤다. 팀별로 전력분석 미팅에서 공유하는 정보들인데, 외부에다 붙여 놓은 것이 미숙했다는 의견이다.

A구단 관계자는 "야구라는 것이 원래 상대 사인을 훔치고, 안 뺏기고 하는 거다. 야구의 일부분이다"고 말했다. 주루 코치, 작전 코치가 상대방 사인을 캐치하기 위해 상대 벤치, 배터리를 유심히 지켜본다. 이 관계자는 주자들이 누상에서 도루 타이밍을 잡을 때 참고하라고 전력분석팀에서 공지한 내용으로 짐작했다.
보통 주자들은 투수의 변화구 타이밍에 뛰려고 한다. 포수의 사인 또는 투수가 역으로 포수에게 사인을 내는 것을 참고하라는 것. 100% 확정할 수는 없지만, LG 전력분석팀에서 직전 경기를 보면서 파악한 내용으로 짐작된다.
B구단 관계자는 "전력분석팀에서 선수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다. 상대 포수의 사인을 추정해서 공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응.
한 관계자는 "나쁘게 볼 사안은 아니다. 더그아웃 안에 붙여 놓은 것도 아니다. 다만 굳이 프린트까지 해서 외부인들도 다니는 통로 벽에 붙여놨는지는 약간 오버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라커룸 안에 붙여놨더라면.
중요한 것은 ▲경기 전이냐, 경기 도중이냐 ▲덕아웃 안이냐, 바깥이냐를 따져야 한다. 경기 도중 덕아웃 안에서 전자 기기를 사용하면 안 되고, 전력분석팀의 종이 쪽지도 받아서는 안 된다.
KBO리그 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조항이 있다. 1.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 2. 경기 시작 후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무전기,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의 사용을 금지한다(벤치 외 외부 수신호 전달 금지, 경기 중 외부로부터 페이터 등 기타 정보 전달 금지)라고 명시돼 있다.
LG는 경기 전에 더그아웃 바깥에다 붙였다. 원정이라 따로 전력분석 미팅을 할 시간이 마땅치 않아,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붙여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팅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과 같다. 상대 투수들의 투구 분석표를 붙여 놓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KBO 관계자는 "LG 구단의 설명을 들어보고, 경기 감독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사인훔치기다, 아니다 라고 어떤 말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LG 구단은 논란에 대해 "전력분석팀에서 정보를 전달을 하는 내용 속에 주자의 도루시 도움이 되기 위해 관련 내용이 있었다.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다. 향후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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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광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