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에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공포, 몸에 맞는 볼. KBO리그에 사구 주의보가 떨어졌다. 시즌 초반부터 주축 타자들이 사구 부상으로 이탈 중이다. 투수에게 몸쪽 승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제구 실수로 다치는 타자 입장에선 속이 쓰리다.
시범경기 때부터 '공포의 사구' 부상이 시작됐다. 한화 이성열이 그 시작이었다. 지난달 14일 대전 넥센전에서 조상우의 강속구에 오른쪽 종아리를 맞아 근육 손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이며 개막 12번째 경기부터 1군에 합류한 게 다행이었다.
NC 손시헌은 지난달 29일 마산 한화전에서 김민우의 공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보호차원에서 이튿날 엔트리에서 제외된 손시헌은 지난 10일 1군 복귀했지만 2경기 5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결국 다시 엔트리 말소되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시즌 성적은 12타수 1안타 타율 8푼3리 1홈런 3타점. NC는 손시헌 공백 속에 팀 최다 9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이어 한화 김태균도 사구로 이탈했다. 지난달 31일 대전 SK전에서 전유수의 공에 오른 손목을 맞았다. 다행히 뼈는 부러지지 않았지만 부기가 남아 통증이 지속됐다. 결국 이튿날 엔트리 말소된 김태균은 20일 가까이 되도록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2군 경기에 출장하며 복귀시동을 걸었다.
그 다음은 KIA 이범호였다. 지난 6일 광주 넥센전에서 최원태의 공에 오른손을 맞았다. 검진 결과 중수골 실금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부상 전까지 11경기에서 타율 1할8푼2리 3홈런 8타점으로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일발 장타력을 발휘하던 이범호의 이탈 후 KIA는 시즌 최다 4연패로 주춤했다.
18일 경기에선 두 명의 주축 선수들이 몸에 맞는 볼로 쓰러졌다.
KIA 안치홍이 광주 LG전에서 타일러 윌슨의 몸쪽 직구에 왼손을 맞았고, 검진 결과 중절골 미세 골절상으로 판명됐다. 당분간 이탈이 불가피하다. 한화 최재훈도 같은 날 잠실 두산전에서 8회 박치국의 몸쪽 직구에 오른 손목을 강타 당했다. 자세한 검진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부기가 심하다.
몸에 맞는 볼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공포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도 사구 이탈은 계산에 들어있지 않은 최대 변수다. 그렇다고 상대 투수가 몸쪽 승부를 포기할 수도 없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악재다. '사구 주의보'가 떨어진 가운데 어떻게 빨리 대처하느냐에 팀 운명과 리그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waw@osen.co.kr
[사진] 손시헌-김태균-안치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