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눈이 호강한 투수전이었다. 빠른 템포의 투구, 시원시원한 피칭에 경기는 올 시즌 가장 짧은 2시간 15분 만에 끝났다. 두 신예 투수의 호투라 더욱 반가웠다. 8회까지 퍼펙트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 즐거웠다.
18일 서울 고척돔구장에서 맞붙은 NC-넥센전. 넥센 선발은 프로 4년차 최원태(23), NC 선발은 해외 유턴파로 3년차인 정수민(28)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5회 클리닝 타임까지 순식간에 지나갔다.최원태는 5이닝 퍼펙트. 5회까지 53구만 던지고 5탈삼진. 정수민도 5회까지 단 2피안타만 맞고 무실점을 이어갔다. 말 그대로 '용호상박'이었다.

최원태는 1회 나성범, 2회 최준석, 3회 김성욱, 5회에는 스크럭스와 최준석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전날 9연패를 힘겹게 끊은 NC 타자들은 최원태의 투심 패스트볼(47구)과 체인지업(29구)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슬라이더(7개)와 커브(8개)는 보여주기. 최고 144km의 투심의 제구력이 좋았고, 체인지업은 타자 무릎 앞에서 뚝 떨어졌다.
정수민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최고 148km 직구(48구)에다 주무기 포크(33구)가 위력적이었다. 4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삼진 퍼레이드. 투심(17구)과 커브(6구)도 간간이 던졌다. 빠른 직구에다 낙차 큰 포크의 조합은 넥센 타자들의 배트를 압도했다.

두 투수는 한 차례씩 위기가 있었다. 정수민은 5회 2사 후 김태완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이어 김혜성을 볼넷으로 내보내 이날 처음이자 유일하게 2루 베이스까지 진루시켰다. 박동원을 2B-1S에서 직구와 포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후 8회까지 10타자 연속 범타로 돌려세웠다. 8이닝(104구)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최원태는 8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이었다. 그러나 최준석이 밀어친 타구는 우측 펜스를 향해 날아갔고, 우익수 이정후가 펜스에 부딪히며 잡으려 했으나 글러브에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기록은 2루타. 수비 좋은 이정후는 글러브를 그라운드에 내리치며 아쉬워했다.

퍼펙트가 깨진 후 나이트 넥센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 다독였다. 하지만 모창민이 때린 타구는 내야수 키를 넘겨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1사1,3루가 됐다. 노진혁이 초구에 1루쪽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고, 투수 최원태가 잡아서 1루로 던져 아웃됐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대주자 이재율이 홈을 밟아 이날 유일한 득점을 올렸다.
이때 최원태는 송구 후 그라운드에 넘어지며 무릎에 충격을 받아 한 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다행히 계속 투구를 이어가 추가 실점은 막아냈다. 최원태는 0-1로 뒤진 9회에도 올라와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9이닝(92구) 2피안타 8탈삼진 1실점. 야구 만화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었다.
두 투수의 빼어난 피칭에 NC와 넥센 타자들은 각각 2안타로 무기력했다. NC의 1-0 승리. 넥센 타자의 도움을 받지 못한 최원태는 완투패. 정수민은 이날 승리로 프로 통산 6승 중 4승을 넥센 상대로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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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