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민병헌(31)의 환한 미소를 계속해서 볼 수 있을까.
민병헌은 지난 18일 사직 삼성전에서 시즌 첫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롯데로 FA 이적을 한 이후 처음 맛 본 홈런이었다. 1-6으로 뒤진 6회말 2사 1루에서 장원삼을 상대로 좌월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홈런의 짜릿함을 느꼈다.
개막 이후 첫 7경기 동안 민병헌은 멀티히트 3차례를 기록했지만 타율 2할5푼9리(27타수 7안타)에 그쳤다. 홈런과 타점은 전혀 없었다. 이따금씩 안타를 기록했지만 모두 단타였다. 2루타 이상의 장타는 7개 중에 1개에 불과했다. 팀은 개막 7연패에 빠졌다.

4년 80억 원이라는 금액으로 FA 이적한 민병헌이다. 팀의 기대는 그에게 안긴 금액과도 비례했다. 그러나 시즌의 극초반이었지만 팀이 처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민병헌이 느낀 부담감은 상당했다. 이적 이후 "부담은 당연한 것이다"고 말했던 민병헌이었지만 실제로 느꼈을 압박감은 상당했을 터.
그래도 민병헌은 두산 시절부터 쌓아온 커리어와 클래스가 있던 선수였다. 조원우 감독 역시 민병헌의 경험을 믿고 있었다. 조원우 감독의 구상에는 민병헌이 '해줘야 할 선수'로 언제나 자리잡고 있었다.
결국 민병헌도 서서히 응답하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광주 KIA전 절묘한 스퀴즈 번트로 팀의 대역전극을 완성한 것은 시작이었다. 장타와 타점 가뭄도 조금씩 해갈해가기 시작했다. 18일 사직 삼성전이 절정이었다. 이날 민병헌은 롯데 이적 이후 첫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첫 홈런포까지 개시했다. 2루타도 1개 추가하면서 3경기 연속 2루타까지 만들었다.
10회말 1사 만루의 끝내기 기회에서 삼진으로 물러나 약간의 옥의 티로 남았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이대호가 12회말 끝내기 3점포로 팀을 승리로 이끌면서 민병헌이 가졌을 마음의 짐도 상당 부분 덜게 했다. 끝내기 이후 이대호를 누구보다 격하게 반긴 것은 다름 아닌 민병헌이었다.
테이블세터, 중심타선 어느 타순에 배치하더라도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바로 민병헌이다. 공격 루트의 다양성을 가져다 줄 수 있기에 활용도는 높다. 이제 이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모든 예열을 마쳤고 본궤도에 올라섰다. 부담을 털어버린 민병헌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환한 미소를 되찾아가고 있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