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TOP 10’ 문승원, 5선발 딱지는 이제 실례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4.19 13: 01

“작년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다”던 자신감을 그라운드에서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SK 우완 선발 문승원(29)이 시즌 초반 좋은 출발을 끊었다. ‘5선발’이라는 딱지는 말 그대로 이제 형식적인 분류에 불과하다.
문승원은 1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호투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장타력이 만만치 않은 KT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의 좋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최고 구속은 147㎞까지 나왔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섞으며 기세를 이어나갔다. 100구 중 67개가 스트라이크였다.
문승원은 직전 등판인 11일 잠실 LG와의 경기에서도 7이닝 3실점으로 잘 던졌다. 당시는 승리가 없었으나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개인적으로는 생애 첫 경험이다. 

SK는 김광현, 메릴 켈리, 앙헬 산체스라는 막강한 스리펀치에 지난해 12승을 거둔 잠수함 박종훈이 로테이션의 축이다. 자연스레 문승원은 다섯 번째로 출격했다. 5선발 딱지가 붙어 있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성적만 놓고 보면 5선발이라고는 볼 수 없는 호성적이다. 오히려 리그 정상급 성적에 가깝다.
4경기에서 기록한 3.33의 평균자책점은 리그 10위다. 선발투수의 최대 덕목인 이닝소화능력 또한 훌륭하다. 24⅓이닝을 던졌는데 이는 4경기를 나선 선수로만 한정하면 리그 8위다. 4경기에서 문승원보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진 선수는 외국인 선수가 다섯, 국내 선수로는 이재학(NC·26⅔이닝), 양현종(KIA·26⅓이닝) 뿐이다. SK 팀 내에서도 산체스(26이닝)에 이어 가장 많은 투구다.
투수 고유의 능력치인 탈삼진/볼넷 비율도 5.67로 산체스(27.00), 양현종(8.33), 조쉬 린드블럼(두산·6.75)에 이어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는 맞더라도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며 볼넷을 줄여가고 있다. 루상의 주자를 잔루 처리하는 비율은 리그 최상급이고, 스트라이크 비율은 2016년 61.1%, 2017년 63.1%, 그리고 올해 64.7%로 매년 향상되고 있다. 64.7% 정도면 리그에서도 20위 안에 들 정도의 좋은 성적이다.
이처럼 문승원은 매년 진화하고 있다. 2016년에는 마운드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좋은 공을 가지고도 생각이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투구템포를 빨리 가져가는 등 이 문제는 상당 부분 극복을 했다. 하지만 기복이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어느 날은 에이스 부럽지 않은 투구를 한 반면, 어느 날은 난타 당해 5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시즌 전체 성적이 투구 내용에 비해 좋지 않았던 이유다. 
그런데 올해는 4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졌고, 여기에 모두 3실점 이하로 막으며 기복까지 줄여가고 있다. 3점대 평균자책점에, 7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스태미너를 갖춘 투수를 5선발이라고 부르는 건 이제 실례다. 문승원의 성장 속에 SK의 선발진은 완성형을 꿈꾸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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