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사인 훔치기' 논란으로 KBO 상벌위원회가 20일 열린다. 상벌위에서 사인 훔치기를 안건으로 징계를 논의하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LG 구단은 상벌위에 직원이 출석해 직접 소명할 계획이다. KBO는 LG의 행위를 두고 규정 위반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 공정성을 훼손하는지 큰 틀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KBO 관계자는 19일 "내부회의를 통해 LG가 상대방 사인을 더그아웃 벽에다 프린트물로 공지한 것은 페어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상벌위원회에서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논의할 것이다. LG 구단에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필요하다면 구단이 직접 상벌위에 출석해 소명을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LG 구단은 이번 사태를 두고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은 직접 상벌위에 참석해 소명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운영팀장이 상벌위에 출석해 전후 상황과 LG 구단의 재발 방지를 설명할 계획이다. KBO 상벌위원회는 20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LG는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 앞서 'KIA 구종별 사인'이라는 A4 용지를 더그아웃 옆 통로 벽에다 붙여 놨다. 우타자 기준으로 몸쪽, 바깥쪽,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포크) 등에 대한 손가락 사인 암호를 적어놨다.

KBO리그 규정에 따르면,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조항 1.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 2. 경기 시작 후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무전기,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의 사용을 금지한다(벤치 외 외부 수신호 전달 금지, 경기 중 외부로부터 페이퍼 등 기타 정보 전달 금지) 3. 구단은 경기장 밖의 센터 후방 및 기타 장소에서 망원 카메라, 특수 장비가 장착된 카메라 또는 비디오 카메 등으로 상대 배터리의 사인 촬영을 금지한다 라고 명시돼 있다.
LG 관계자는 18일 밤 "전력분석팀에서 선수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면서 주자의 도루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공지한 것이다.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고, 향후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BO는 규정 26조를 위반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LG는 경기 전에 정보 공유 차원에서 '사인 분석표'를 더그아웃 밖에다 붙여 놨다. 경기 도중에 정보기기를 사용해 상대방 사인을 전달한 것은 아니다. 규정을 벗어나 전자기기를 통해 상대 사인을 캐치한 것도 아니다. 전날까지 KIA의 사인 패턴 등을 분석해 내린 추정 결론이었다.
그런데 정운찬 신임 KBO 총재는 클린베이스볼을 주창했다. 내부적으로 정보 분석을 다른 팀들도 행하고 있지만, 이번 LG 사태처럼 외부에다 공공연히 드러낸 적은 없었다. 도적적인 비난에 직면한 LG 구단을 향해 공정성, 프로야구 품위 손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KBO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 상벌위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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