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좌완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33)는 리그에 몇 안 되는 너클볼러다. 던지는 선수도 별로 없을 뿐더러, 피어밴드만큼 많은 비중을 가져가는 선수는 더더욱 없다.
원래부터 너클볼을 많이 던지는 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너클볼의 비중을 확 높였다. 피어밴드는 전체적인 제구와 운영능력이 좋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구위가 상대를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다.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까지 고려하면 너클볼은 아주 좋은 레퍼토리의 추가였다. 아무나 던질 수 없다는 점에서 이제는 피어밴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런 피어밴드의 너클볼이 빛을 발했다. 초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포수조차 예상하기 어려운 궤적은 분명 위력적이었다.

피어밴드는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4피안타(2피홈런) 1볼넷 9탈삼진 4실점(3자책점)의 투구로 상대 장거리 타선을 막아냈다. 경기 초반 많았던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7이닝을 104개의 공으로 막을 수 있었다.
사실 SK의 대포에 고전하기는 했다. 1회 최정에게 좌월 2점 홈런, 3회에는 로맥에게 우중월 2점 홈런을 맞았다. 전체적으로 SK 타선을 압도하는 인상의 투구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려울 때마다 비장의 무기인 너클볼을 던져 아웃카운트를 쌓아갔다. 결국 팀 타선의 뒤늦은 지원을 받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회전이 없는 구종의 특성상 피어밴드의 손을 떠난 너클볼은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었다. 포수 장성우가 두 차례 공을 놓쳤을 정도로 예측불허였다. 돌려 말하면 SK 타자들도 이 궤적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제구도 잘 됐다. 너클볼은 제구를 잡는 난이도가 극상의 구종이지만, 꾸준히 던지며 감을 이어가고 있는 피어밴드는 이 구종을 훌륭하게 다뤘다. 2회 정의윤, 3회 한동민 김동엽을 모두 너클볼로 삼진 처리했다. 힘 있고 스윙이 큰 선수를 상대로는 이만한 구종이 없었다.
2회 정의윤, 3회 최정을 삼진으로 잡는 과정에서 포수 패스트볼이 나오는 등 독이 된 장면도 있었다. 3회 최정의 출루는 로맥의 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1점을 손해본 셈이 됐다. 하지만 탈삼진과 범타 유도를 고려할 때 전체적인 구종의 가치로는 분명 플러스였다. 120㎞대 중반의 너클볼이 140㎞ 초반대 패스트볼의 위력을 배가시켰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랬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