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낯설었다".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에게 사직 3연전을 치른 소감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럴 만도 했다. 강민호는 2004년 롯데 입단 후 14년간 롯데의 안방을 줄곧 지켜오면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군림해왔다. 2014년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을 때는 롯데에 잔류하며 롯데맨으로 입지를 다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삼성과 4년간 총액 80억원을 받고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강민호의 커리어 대부분이 롯데, 그리고 사직구장에서 쓰여졌기에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원정 덕아웃에서 나오는 모습들이 어색할 수 밖에. 그는 "처음 왔을때 많이 낯설었다. 평소 자가용을 몰고 와서 구장 근처에서 밥먹고 출근했었는데 구단 버스를 타고 오니 기분이 묘했다. 경기가 끝난 뒤 구단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것도 많이 어색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익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대구 두산전 이후 무안타로 침묵했던 강민호는 17일 사직 롯데전서 3-0으로 앞선 5회 2사 만루서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14타수 무안타의 침묵을 깨는 순간이었다.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다보니 정상 컨디션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타 1~2개 더 쳤으면 좋았을텐데 아직 감이 오지 않은 것 같다"는 게 강민호의 말이다.
무안타 행진의 마침표를 찍었지만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강민호는 잃어버린 타격감을 되찾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그는 "항상 해왔던 루틴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전에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다보니 훈련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강민호가 17일 사직 롯데전 첫 타석에 들어서자 1루 관중석에서는 강민호를 연호하는 롯데팬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러자 강민호는 헬멧을 벗고 1루 관중석을 향해 허리굽혀 인사를 하며 예의를 갖췄다. 롯데팬들도 박수를 쳐주며 강민호를 맞이했다. 첫 타석 뿐만 아니라 강민호가 등장할 때마다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에 강민호는 롯데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반신반의했는데 첫 타석 뿐만 아니라 마지막 타석까지 환호해주셔서 정말 기뻤고 그동안 내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몰지각한 롯데팬들은 17일 경기가 끝난 뒤 삼성 구단 버스 앞에서 '피를 바꾼 선수에게 용서는 없다'는 현수막을 들고 강민호의 롯데 시절 유니폼을 집어 던지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이기도. 강민호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대인배답게 넓은 마음으로 안티팬들까지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경기가 끝난 뒤 제 유니폼을 바닥에 던지는 걸 봤는데 그 분들이 제 유니폼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저를 좋아했던 팬이라고 생각한다. 팬 입장에서 서운한 마음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 다른 유니폼을 입었어도 선수로서 열심히 하면 응원해주지 않을까".
강민호는 요즘 '어떻게 하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요즘에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많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 강민호는 "어떻게 보면 아직 시즌 초반이라 다행이다. 하루 빨리 하루 빨리 제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