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3인방 초반 부진' 롯데, 1년 전 데자뷰 악몽?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4.23 06: 00

28명의 엔트리 가운데 3명. 숫자적인 비중은 크지 않지만 팀의 경기력적인 비중으로 생각하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여하에 따라 정규리그 레이스가 순탄하게 풀릴 수도, 실타래처럼 꼬일 수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현 시점,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는 후자에 가깝다. 마치 1년 전과 같이 외국인 선수 3명이 나란히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시즌 구상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투수 브룩스 레일리, 내야수 앤디 번즈와 재계약을 맺으며 맞이한 롯데의 2018시즌. 조쉬 린드블럼과 계약상 이견이 생기며 놓쳤지만, 빅리그 31승의 커리어를 갖춘 좌완 펠릭스 듀브론트를 새로이 영입하면서 외국인 선수 라인업을 완성했다. 4년째 한국 무대에서 활약하게 된 레일리의 적응력과 후반기에 보여준 강력한 모습, 번즈의 안정적인 내야 수비와 후반기 생산력에 화려한 경력의 듀브론트까지 가세하면서 롯데의 외국인 선수 진영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자 롯데의 외국인 선수 진영은 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의하면 이들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의 총합은 0.09에 불과하다(레일리 0.44/번즈 -0.13/듀브론트 -0.22).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WAR의 절대적인 값이 크진 않지만, 외국인 선수 3인방의 WAR 총합이 1을 넘지 않는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또한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마이너스의 승리 기여도를 갖고 있는 3명 중 2명이 롯데 소속이다. 나머지 한 명은 지미 파레디스(두산)이다.

번즈는 타율 2할3푼2리 2홈런 6타점 OPS 0.680의 타격 부진으로 지난 18일 2군행을 통보 받았다. 타격 뿐만 아니라 강점인 수비에서도 지난해와 같은 탄탄하면서도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골머리를 썩게 하고 있다. 현재 퓨처스리그에서도 타율 7푼7리(13타수 1안타) 2타점의 기록에 그치고 있다. 레일리 역시 현재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53으로 부진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첫 등판이던 지난달 27일 5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이후 2경기에서는 각각 7이닝 1실점, 7⅔이닝 2실점 역투로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듯 했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모두 대량실점을 헌납하면서 고민거리를 늘게 했다.
번즈와 레일리보다 더 큰 문제는 듀브론트다. 듀브론트는 5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8.37을 기록 중이다. 23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무려 20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제구에 심각한 결격사유를 보여주고 있다. WHIP(이닝 당 출루) 2.07, 피안타율 3할2리 등 세부 기록에서도 낙제점 수준이다. 시범경기에서는 2경기 평균자책점 1.00(9이닝 1실점) 3피안타 2볼넷 1사구 8탈삼진의 기록으로 기대감을 더욱 높였고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낙점받기가지 했다. 실전에서는 외국인 에이스감으로 데려온 투수가 맞는지 싶을 정도로 한숨만 나오는 투구를 펼쳤다.
이런 외국인 선수 3인방의 초반 부진은 지난 시즌 초반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역시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들의 초반 부진으로 인해 롯데는 애를 먹였다. 파커 마켈이 개막하기도 전에 적응에 실패하며 짐을 쌌고 급하게 데려온 닉 애디튼도 초반 3경기 정도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지만 이후에는 5이닝을 소화하는 것조차 힘든 투수로 전락했다. 결국 전반기 막판 퇴출의 운명을 맞이했다. 
레일리와 번즈도 마찬가지. 레일리는 지난해 후반기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전반기에는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며 들쑥날쑥한 투구를 선보였다. 번즈도 한국 투수들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방망이를 헛돌리기 일쑤였다. 
지난해 롯데가 후반기 반등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애디튼을 대신한 조쉬 린드블럼이 역할을 해줬고 레일리와 번즈도 전반기의 부진을 딛고 다시금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레일리와 번즈는 지난해의 경험으로 반등을 기대하는 분위기이고, 듀브론트 역시 아직 5경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크다. 반등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전반기 초반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계속되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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