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현재 올 시즌 투수 최다 출전은 총 4명으로 16경기다. 그 중에는 곽빈(19)과 박치국(20)이라는 두산의 신예 투수들이 끼어 있다. 순위표를 좀 더 보면 바로 뒤에 함덕주(23·15경기)가 있다.
두산 불펜에서 세 신예가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수치다. 두산 불펜이 시즌 전 구상과 여러 부분에서 엇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그러나 너무 자주 쓰면 구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형님들이 이들의 짐을 나눠 들어야 한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의 첫 숙제라고 할 만하다.
세 선수는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시즌 초반 성적이 좋다. 함덕주는 리그 최고의 좌완 불펜 중 하나다. 15경기에서 1승7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2.08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2년차 사이드암 박치국은 16경기에서 1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3.77, 신인 곽빈은 16경기에서 1승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다만 출전 경기와 투구 이닝도 모두 상위권이다. 세 선수 모두 최소 14이닝 이상을 던졌고, 특히 함덕주는 17⅓이닝을 소화했다. 순수 불펜 등판으로만 따지면 송은범(한화·20⅓이닝)에 이은 리그 2위다.
그런 함덕주는 24일과 25일 인천 SK전에서 극과 극의 모습을 선보였다. 24일에는 2이닝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25일 경기에서는 4-3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으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전체적으로 구속이 나오지 않았고, 맞은 공을 보면 밋밋했다. 이를 간파한 두산 벤치도 미련 없이 함덕주를 내렸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함덕주의 컨디션이 최고가 아니라고 인정한다. 김 감독은 25일 인천 SK전에 앞서 “좋을 때는 평균 144㎞ 정도에 최고 146㎞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최근에는 평균 138~142㎞ 정도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올해 두산은 시즌 초반 유독 접전 상황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함덕주가 자주 호출되어야 할 상황이다. 5선발 이용찬이 부상으로 빠진 뒤 대체 선발 투입 경기에 불펜 소모가 더 크다는 점도 문제다.
시즌 초반에 지나치게 힘을 많이 쓰면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체력 분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곽빈이나 박치국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두 선수 역시 24일과 25일 연투에 임했는데 25일 경기의 구위가 24일만 못했다. 아직은 경력이 확실하게 자리잡힌 선수들은 아니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관리는 필요하다.
답은 하나다. 다른 투수들이 더 힘을 내야 한다. 현재 두산은 개막 마무리였던 김강률의 구위가 크게 떨어져 있다. 벤치에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이 148㎞에 이르렀던 김강률은 올해는 최고 구속도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핵심인 이현승은 허벅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다.
김태형 감독도 24일 경기를 복기하면서 “이현승이 생각나는 경기였다”고 털어놨다. 이현승이 있었다면 8회 상황에서 함덕주에게 2이닝 세이브를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결국 김강률과 이현승이 최대한 빨리 정상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홍상삼 김승회 등 다른 투수들도 진가를 발휘할 때가 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