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초짜 마무리' 정찬헌 "감독님께 깜짝 놀랐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4.26 07: 00

 LG 정찬헌(28)은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마무리에 도전한다. 시즌 초반 8세이브를 쌓으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5경기에서 2승 1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3.45다.  
25일 넥센전에선 2-1로 앞선 8회 2사 2루에서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했다. 구원 단독 1위. 평소 경기 전 인터뷰는 꺼리는 편이다.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로 모처럼 만난 그에게 "오랜만에 얘기 좀 해달라"고 하자 그는 가족, 류중일 감독, 마무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정찬헌은 감독의 믿음을 받으며 자신감이 생겼고, 자신이 책임지는 가족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어한다.
#믿어준 감독

지금까지 블론 세이브는 2차례. 3월 27일 고척 넥센전에서 9회 4-3에서 등판했다가 4-5 역전패. 4월 12일 잠실 SK전에서 9회 2-0에서 등판했다가 2-4로 대역전을 허용, 그러나 9회말 5-4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그는 두 경기를 말하며 "힘들었다"고 한다.
지난 13일 잠실 KT전에서 정찬헌은 특별한 경험을 했다. 3-1로 앞선 9회 등판 지시가 내려졌다. 불펜에서 나가는데, 누군가 옆에서 다가 오더란다. 그는 "누구지 하고 쳐다봤는데 깜짝 놀랐다. 감독님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은 전날 구원 실패를 한 정찬헌에게 직접 가서 "네가 우리 팀 마무리다"라는 말로 등을 다독였다. 더그아웃 감독석에서 불펜 앞까지는 약 10m 거리. 정찬헌은 찌릿했단다.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감도 생겼다. 이후로는 확실한 책임감도 생기고, 스코어를 보면서 이때 쯤이면 준비하겠구나 여유도 있다. 지난해까지는 언제 나갈지 몰랐지만. 1이닝을 확실하게 막자는 생각으로 준비한다."
그날 이후 정찬헌은 5경기 연속 세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심리적인 자신감, 소득은 숫자 이상이다.  
#가족의 힘
정찬헌은 이야기 도중 아내에게 고맙다고 했다. 아내가 항상 믿고 기다리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준다고 한다. 그는 아내를 향해 "내가 경기에서 못해서 남들이 비난을 해도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 지켜준다는 느낌이 들고 편안하다"고 고마워했다.
아내와 14개월 된 아이로 인해 자신도 달라졌단다. 어떻게? 이전에는 경기에서 못 던지면 집에 가서도 찡그린 얼굴, 짜증을 냈다. 그는 "아내가 점점 내 눈치를 보더라. 미안하더라. 이제는 못 던지고, 실점을 해도 집에 가서 웃는다"고 했다. 가족의 힘으로 더 강한 선수가 됐다.
# 초짜 마무리
스스로 '초짜 마무리'라고 했다. 올해 잘하는 이유로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했다. 특별하게 구위가 좋아졌다거나 직구 스피드가 빨라졌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
그는 "10년 넘게 시즌을 준비하면서 항상 잘해야 한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줬다.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걱정. 그런데 올해는 부담없이 해보자, 어떤 보직이든 즐겨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렇게 시즌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 부담없이 즐기자는 마음. 그래서인지 8세이브로 부문 1위지만, 그는"올해 구원왕을 하겠다 라든가 몇 세이브 해야지 이런 생각은 없다. 팀이 원할 때 마운드에서 던질 수 있게 건강하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 개인 한 시즌 최다 세이브(2017년 7세이브)를 넘어섰다.
주위 시선, 마무리로서 부담은 느끼고는 있다. 그는 "매번 주자 내보내고 겨우 막는다는 말들도 알고 있다. 나도 깔끔하게 잘 막고 싶지만 제대로 마무리 보직은 처음이니까, 시행 착오도 있고. 블론 세이브도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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