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단어를 꼽는다면 단연 '돈슨'이다. '돈슨'은 '돈 밖에 모르는 넥슨'이라며 게임 유저들이 조롱하는 말로 부분 유료화 방식을 취한 이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던 유저들의 반발심리였고, 게임업계 공룡으로 군림하고 있는 넥슨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지난 2014년 부산서 열린 지스타서 넥슨은 일대 모험을 강행했다. '돈슨'이라는 오명을 썼던 '넥슨'이 '돈슨의 역습'이라는 슬러건과 함께 이번 지스타에서 게임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넥슨은 . '메이플 스토리2' '야생의 땅' '듀랑고' '트리 오브 세이비어' '공각기동대' 등 굵직한 작품들을 앞세워 15종류의 게임을 지스타 2014에 출품했다. 그 전면에는 이정헌 사업 본부장이 있었다.
그로부터 해가 4번이 바뀐 2018년 1월 넥슨은 당시 '돈슨의 역습'이라는 키워드를 내걸었던 이정헌 본부장은 사업 총괄 부사장을 거쳐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정헌 대표를 게임업계에서는 샐러리맨의 신화로 평가하고 있다. 2003년 넥슨코리아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10년 네오플 조종실 실장, 2012년 피파실 실장, 2014년 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했으며, 2015년부터 사업총괄 부사장을 맡아 발휘했다. ‘FIFA 온라인 3’의 론칭과 흥행을 이끌었으며, 급변하는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게임 사업을 강화해 HIT(히트), 다크어벤저 3, AxE(액스), 오버히트 등의 다양한 모바일게임들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사업쪽에 경험이 풍부한 이정헌 대표가 개발자로 입사했다는 사실. 개발자적인 소양을 갖춘 사업 전문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정헌 대표의 생각이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27일 경기도 성남 판교에 위치한 넥슨 코리아에서 열린 '2018 NDC' 미디어 간담회에서는 이정헌 대표가 생각하는 5년, 10년 후 넥슨의 목표를 읽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취임에 앞서 제주도 만난 김정주 회장과의 만남을 떠올리면서 넥슨의 변화해야 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정헌 대표는 "김정주 대표는 “회사의 매출이 10분의1, 100분의1이 되면 회사가 변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셨다. 충격적인 말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든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씀이셨던 것 같다. 저한테는 임기 내에 권한이 주어졌고, 저만의 철학을 펼치라는 메시지를 주신 것으로 해석했다"고 취임에 걸친 일화를 말한 뒤 "넥슨의 DNA 자체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창의적인 의문을 품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고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까지 되기의 과정에 대해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야생의 땅:듀랑고' 등 넥슨이 기존에 추구했던 상업화 정책에 거리가 있는 게임 제작에 대해서도 힘을 실었다. 그는 "넥슨을 요약하면 다양성으로 대표된다. 지난 4년 동안 정상원 부사장의 지휘 아래 다양성을 표방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돼왔다. 제가 맡은 임기 동안에는 그 다양함 안에서 제대로 된 게임을 잘 서비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스튜디오 개편도 같은 맥락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질의에도 자신의 생각을 다시 강조했다. 이 대표는 "돈슨의 역습이라는 키워드로 지스타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유저분들에게 선언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경영진과 합의한 내용을 내부 직원들에게 알리고자 한 측면도 컸다. 매출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지금도 듀랑고를 즐기고 있는 유저분들이 상당히 많다. 앞으로 글로벌 출시부터 한국 서비스까지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어떻게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해왔으며, 앞으로도 투자뿐만 아니라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헌 대표가 생각하는 5년 후, 10년 후 넥슨의 모습은 바로 세상에 없는 게임을 탐구하는 노력하는 회사였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많이들 모르고 계시지만 저는 개발자로 입사한 후 사업으로 전직했다. 사업과 개발자 출신이 번갈아 대표를 맡으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방향성이 바뀐 적은 없었다. 성과적인 측면은 달랐지만, 직군에 따라 방향성이 바뀐 적은 없었다. 제가 대표를 맡게 되면서 많은 고민을 할애한 영역은 신규 개발이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게임 개발사로서의 넥슨’, ‘퍼블리셔로서의 넥슨’에 대한 고민이 깊다."
마지막으로 이정헌 대표는 "어린시절 모뎀으로 게임을 처음 해보았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아이폰 출시 당시 감동보다 훨씬 큰 감동이었다. 대학교 때 게임만 했었다. 넥슨 로고를 처음 본 순간부터 입사를 결심했다. 20년 넘게 넥슨과 함께 해왔고, 여전히 첫사랑처럼 느껴진다"며 자신이 입사하기 전부터 추억을 만든 넥슨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전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