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들이 많다.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고, 돌파구를 찾았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노경은(34)이 재기의 의지를 마운드 위에서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을까.
노경은은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정규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노경은의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였던 지난 21일 사직 SK전에서는 5이닝 81구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선발 복귀전을 마친 바 있다. 무엇보다 리그 홈런 1위를 달리던 SK의 장타 폭발 타선을 2루타 이상의 장타 단 1개만 허용한 채 틀어막은 부분이 고무적이었다. 그만큼 노경은의 시즌 첫 선발 등판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첫 등판에서 노경은은 투구 패턴을 다양화시키기도 했고 변화를 감행한 부분이 돋보였다. 노경은은 최근 몇 년간 속구와 포크볼, 슬라이더, 그리고 투심을 위주로 경기를 풀어갔다. 그러나 속구 구속과 구위의 저하로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며 침체를 거듭했다. 그러나 SK전에서 노경은은 최고 146km까지 찍은 속구(16개), 최고 145km의 투심(16개), 최고 142km까지 찍은 커터와 슬라이더(22개), 커브(14개), 체인지업(10개), 포크볼(3개)를 구사했다. 그의 구종 선택지는 폭넓어졌다.
그동안 오프스피드 피치로 활용해 타이밍을 뺏는 구종으로 포크볼을 활용했지만 이제는 체인지업으로 바뀐 상태다. 노경은은 "포크볼이 속구 스피드와 별로 차이가 안나는 구종이다. 그래서 타이밍을 뺏으려고 좀 더 느린 체인지업을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부터 연습했다"고 말하며 체인지업을 추가한 배경을 설명했다.
체인지업의 추가도 눈여겨 볼 대목이지만, 커브의 구사 빈도와 활용도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타이밍을 뺏는 용도는 물론, 결정구로까지 활용하며 타자들의 눈을 어지럽혔다. 커브가 그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오랜 성장통을 딛고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던 2012~2013년, 그를 돋보이게 만들었던 구종이 바로 커브였기 때문. 150km에 육박하는 속구와 낙차 큰 포크볼에 커브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당시 마운드를 지배한 바 있다.
노경은은 "메이저리그에서 타자들의 발사각 얘기가 나오면서 투수들의 대응책으로 커브가 유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과거의 영광 때문이었다. 그는 "제가 잘 됐을 때를 생각해보면 커브를 많이 던졌던 것 같다. 커브를 던져야 다른 구종들도 살고 코치님들께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 커브를 많이 던졌다"고 밝혔다. 이런 노경은의 변화가 전성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
"어느 보직이든지 팀이 필요로 한 순간 나가면서 풀타임 1군을 하는 것이 목표다"는 노경은이다. 과거 전성기에 비하면 목표는 이제 소박해졌다. 하지만 다시금 부활을 위한 돌파구를 스스로 찾아냈다. 과연 이 돌파구들이 그의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돌리는 마법이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