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두 번째 완투승. 그러나 고영표(27·KT)가 느끼는 감은 분명 달랐다.
고영표는 지난 2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선발로 나와 9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 완투를 했다.
내용도 좋았다. 1회 1실점을 했지만, 이후 흔들리지 않고 차례로 이닝을 지워나갔다. 8회까지 추가 실점없이 막은 고영표는 9회 2사 후 손아섭에게 홈런을 맞은 뒤 이대호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채태인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경기를 마쳤다.

팀은 5-2로 승리를 했고, 고영표는 시즌 2승 째를 챙겼다. 고영표의 데뷔 두 번째 완투승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29일 LG 트윈스전에서 기록한 9이닝 6피안타 2사구 6탈삼진 무실점 완투에 이른 고영표의 두 번째 완투승이었다.
고영표는 지난 26일 피칭 때 마지막 9회 고비를 넘긴 부분에 대해서 "정명원 코치님께서 마운드에 올라와서 '네가 마무리할래 바꿀까'라고 물어보셨다. 아무래도 아웃카운트 한 개를 두고 내려가기가 아쉽기도 하고, 자신도 있어서 던지겠다고 했다"라며 "공을 던지다보면 갑자기 안 들어갈 때가 있는데, 9회 때가 그랬다. 또 주자가 나가다보니 급해지기도 했다. 다행히 채태인 선배님이 체인지업에 약했던 것 같아서 체인지업만 던졌는데 통했다"고 설명했다.
약 1년 만에 다시 기록한 완투. 기록은 무실점을 기록했던 첫 완투승이 더 좋았지만, 고영표가 느끼는 두 번째 완투승의 가치는 좀 더 남달랐다. '선발 2년 차'로서 조금 경기를 읽고 풀어가는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지난 완봉 때에는 던지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어제는 타자들이 어떻게 할지 생각하면서 던졌다"라며 "타자들과 변화구 승부가 좋았고, 또 타자가 칠 타이밍에는 투심을 던지면서 경기를 풀어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예전에는 얼떨결에 완봉을 했다면 이번에는 알고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번 완투승으로 고영표는 시즌 초반 부진을 완벽하게 털고 자신감을 찾았다. 올 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달 27일 SK전에서 4이닝 6실점(5자책)을 기록한 고영표는 이후 4경기 동안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퀄리티스타트도 한 차례에 불과했다. 그러다 지난 20일 삼성전에서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를 펼친 뒤 이날 완투승을 통해서 완벽하게 자기 페이스를 되찾았다. 고영표는 "26일에는 체인지업도 좋았고, 투구 리듬도 찾았다. 스트라이크존에 공이 형성돼서 수 싸움이 편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어서 그는 "지난해 기복이 있어서 스프링캠프에 기복을 줄이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이제 조금씩 밸런스가 잡혀가는 것 같으니 지금 모습 최대한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