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 나가라!'
이기형 감독이 이끄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K리그1의 명승부 제조기다.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8경기(3무 5패) 연속 비운의 주인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덧 무승고리가 8경기째, 연패는 5경기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전북전 승리 이후 50일째 승리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인천은 매 경기 명승부나 극장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전북전처럼 화려한 주연이길 바랐지만 현실은 비참한 조연이었다. 앞서다가 비기고, 팽팽히 맞서다가도 경기 종반 급작스럽게 무너지기 일쑤였다.

경기 막판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무고사, 문선민, 쿠비가 이끄는 앞선은 남부럽지 않게 날카롭다. 허술한 뒷마당이 매번 인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종료 직전 실점하는 나쁜 습관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인천은 울산전을 제외하고 최근 5경기서 종료 직전 실점하는 문제를 반복했다. 7일 전남(2-2)전부터 11일 상주(0-1), 14일 제주(2-4), 22일 수원전까지 4경기 연속 후반 추가시간에 실점했다. 29일 경남전에선 후반 44분 결승골을 허용했다. 명확히 같은 문제의 되풀이다.
홈에서 열린 경남전도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인천은 문선민이 전반에만 2골을 넣으며 고군분투했다. 후반 초반엔 상대 공격수 네게바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까지 점했다. 7경기 무승 늪에서 탈출할 절호의 기회였다.
허무하게 천재일우를 놓쳤다. 인천은 거짓말처럼 또다시 동점골과 역전골을 거푸 내주며 주저앉았다. 특히 종료 1분 전 인천에서 방출 당했던 박지수에게 허용한 역전 결승골이라 더 뼈아팠다.
암울한 것은 이기형 감독이 무승 기간 동안 주전 수비수를 빼고 출전 기회가 간절한 자원을 투입하는 용단을 내렸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남전도 붙박이 센터백인 부노자와 '캡틴' 최종환을 벤치로 내리고 김대중과 박종진을 투입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이기형 감독의 소극적인 경남전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후반 28분 2-2 상황서 이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아길라르 대신 이정빈이었다. 아길라르는 이날 문선민의 2번째 골을 돕는 등 매 경기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선수다. 수적 우세 속에 수비 자원 대신 아길라르를 뺀 것도, 이정빈을 투입한 시점도 모두 아쉬웠다.
같은 실수가 반복될수록 비난 목소리는 커져갔다. 인천 팬들은 경남전이 끝난 뒤 참았던 분노를 표출했다. 수십여 명의 인천 팬들이 선수단 버스 앞에서 진을 치고 '이기형 나가라!'를 연신 외쳤다. 인천 공식 홈페이지는 허용 접속량을 초과해 마비될 정도였다.
이기형 감독은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홈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변화도 다짐했다. "득점 이후 우리 실수로 실점해 안 좋은 흐름으로 흘러갔다. 자신감을 갖고 두려움을 떨치는 게 필요하다. 팀 플레이와 함께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는 선수들을 기용하겠다."
인천은 내달 2일 5위 포항 스틸러스 원정길에 오른다. 최근 1무 2패에 그치며 승리가 절실한 포항이라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인천이 이번에는 다른 명승부를 연출해낼까?/OSEN 이균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