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순위는 2차 10라운드. 거의 끝 순번이었지만 1군 선발투수 데뷔는 가장 빨랐다. 2018년 신인 선수 중 가장 먼저 선발 기회를 얻어 가능성을 보여준 우완 김진욱(18·한화) 이야기다.
김진욱은 지난 29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등판했다. 2018년 신인 중 가장 빠른 선발 데뷔. 2000년생 '밀레니엄 베이비' 최초의 선발등판이었다. 2이닝 3피안타 3사구 1탈삼진 2실점 투구로 기록상으론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최고 144km 힘 있는 직구 중심으로 슬라이다·커브·포크볼을 섞으며 배짱을 뽐냈다.
2이닝 투구수 40개로 교체됐지만 한화 한용덕 감독의 계획대로였다. 이날 경기 전 한용덕 감독은 "좋은 모습일 때 빼주려 한다. 신인급 선수들은 좋은 기억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짧게 쓰곤 했다"며 "김진욱은 좋은 볼을 좋다. 구속도 150km 가까이 나오고, 슬라이더·커브에 서클체인지업까지 던질 줄 안다"고 평가했다. 다음에도 어떤 식으로든 기회를 얻을 듯하다.

흥미로운 건 김진욱이 2018년 2차 10라운드 전체 94순위, 거의 끝 순번에 뽑힌 선수란 점이다. 1차 지명, 2차 1~2라운드에 뽑힌 유망주들이 있지만 그들보다 먼저 1군 경기 선발투수로 나왔다. 소속팀이 선발이 약한 한화라 기회가 빨리 왔지만, 이를 감안해도 10라운드 신인의 '초고속' 선발 데뷔는 놀랍다.
그렇다면 김진욱은 왜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까지 남아있었을까. 한화 스카우트팀 관계자는 "김진욱은 어릴 때 키가 다 큰 케이스다. 작은 체구가 더는 크지 않을 것 같아 지명 순위가 밀렸다"고 귀띔했다. 176cm, 79kg 작은 체구와 함께 부상 우려도 있었다. 팔꿈치 염증으로 인해 지명 순위는 더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김진욱을 뽑았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10라운드에서 김진욱과 비슷한 스타일의 몇몇 투수를 놓고 잠시 고민했다. 그때 정민혁 막내 스카우트가 김진욱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래서 뽑게 됐다. 아니었다면 김진욱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유신고 시절 에이스 김민(KT)보다 더 많이 던질 만큼 실력 있는 투수란 점이 감안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유신고 3학년 시절 김진욱은 12경기에서 35⅔이닝을 던지며 3승2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다. 연고팀 KT에 1차 지명된 동기 김민이 10경기에서 24이닝을 던지며 2승1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기록한 것에 비해 이닝도 많고, 성적도 조금 더 좋았다. 다만 185cm, 88kg 김민이 성장 가능성에서 높이 평가됐다.
물론 한화에 와서 짧은 기간 기량이 급성장한 부분도 없지 않다. 1군 캠프에서 가능성을 보인 뒤 2군으로 이동했고, 두 달 사이 눈에 띄게 구속이 8km이나 상승했다. 정민태 퓨처스 투수코치의 지도로 팔 각도를 스리쿼터에서 오버스로로 바꾼 효과다. 최계훈 한화 퓨처스 감독은 "코치들이 팔 각도를 올리며 교정한 뒤 스피드가 올랐다. 신체가 작지만 강한 어깨를 갖고 있고, 몸 전체의 활용도가 좋아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비록 10라운드까지 밀린 김진욱이었지만 투수로서 좋은 자질을 갖고 있는 원석이었다. 젊은 투수들이 부족한 한화로선 오랜만에 잘 뽑고, 잘 키운 강속구 유망주의 등장이 참 반갑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