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한다는 자체가 너무 좋다. 매일매일 야구가 즐겁다".
한화 포수 김창혁(27)은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나니 따스한 봄날이 찾아왔다. 새로운 팀 한화에서 야구의 재미를 다시 찾았고, 1군 데뷔의 꿈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
부산고 출신으로 지난 2010년 6라운드 전체 48순위로 LG에 지명된 김창혁은 8년간 1군 부름을 받지 못했다. 지난 2015년부터 3년 연속 2할9푼9리 이상으로 3할대 타율을 2군에서 꾸준히 기록했지만, 1군에서 콜업은 없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 김창혁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팀에 방출을 요청했다.

그는 "스스로 지쳤다. 8년 동안 2군에만 있다 보니 변화를 주고 싶었다. 주위에서 말린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많이 지쳐 있었고 변화가 절실했다"며 "LG에서 8년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야구를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부모님께서 포기하지 말자는 말에 마지막 도전을 했다"고 돌아봤다.
막상 팀을 나와 보니 험난했다. 새로운 팀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2월초 친구의 권유로 참가한 일본 독립리그 트라이아웃에서 이정훈 한화 스카우트팀장의 눈에 띄어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육성선수로 한화와 계약하며 어렵게 다시 프로팀 유니폼을 입었다. 길었던 겨울, 야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김창혁은 "한화에 와서 처음부터 배운다는 자세로,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예전에는 하나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열까지 생각한다. 자기 전까지 야구 생각만 날 정도로 절실하다"며 "체중도 5kg 뺐다. 원래 순발력이 있는 편인데 내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몸이 더 가벼워졌고, 송구도 좋아졌다. 타격은 김성래 코치님 주문대로 정확성 위주로 짧게 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고 있어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 결과 퓨처스리그 12경기에서 34타수 13안타 타율 3할8푼2리 1홈런 7타점 9득점 5볼넷 무삼진을 기록 중이다. 도루 11개를 허용하는 동안 9개를 잡아내 저지율도 4할5푼에 달한다. 최계훈 한화 퓨처스 감독은 "실력 있는 선수다. 캐칭이나 방망이 모두 괜찮다. 우리 팀 포수 뎁스(깊이)를 더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도 적극적이다. 김창혁은 "투수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모든 것을 다 배우려 한다. 어린 투수들뿐만 아니라 선배 투수들에게도 먼저 다가가고 있다"며 "좋아하는 포수는 야디어 몰리나"라고 이야기했다. 몰리나처럼 듬직한 포수가 되는 게 꿈이다.
한화는 현재 정식 등록 선수명단에 포수가 최재훈·지성준·엄태용 3명뿐이다. 김창혁이 추가로 정식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하루하루 열심히 준비하면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며 "수비뿐만 아니라 주루도 자신 있다. 아직 나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확실하게 잘 준비해서 1군에 올라가고 싶다. 그동안 믿고 기다려준 부모님과 응원해주신 분들에게도 꼭 보답하고 싶다"고 1군 데뷔를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