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1, PXG)가 천재소녀의 고된 성장기를 완성했다.
리디아 고는 한국시간 30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파72·6,507야드)에서 펼쳐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총상금 150만 달러=약 16억 원, 우승상금 22만 5,000달러=약 2억 4,000만 원)에서 호주 교포 이민지(22, 한화금융그룹)와 연장 승부 끝에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6년 7월 마라톤 클래식 우승 이후 1년 9개월만에 추가하는 우승 소식이다. 우승 후에도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이던 리디아 고가 이날만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클럽과 스윙 폼을 바꾸고 코치도 교체하는 등 많은 것을 재설계 하면서 고난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극심한 슬럼프도 겪었지만 인고의 세월을 이겨 내고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섰다.
내-외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충분한 변화의 시간을 보냈지만 ‘천재’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한 번의 계기가 필요했다. 그 장소가 약속의 땅 샌프란시스코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이었다. 리디아 고는 이 골프장에서 이미 2차례 우승을 한 경험이 있다.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대회가 열린 2014, 2015년 2년 연속 우승을 했던 곳이다.
21개월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라 긴장한 탓인지 최종라운드를 11언더파 단독 선두에서 출발한 리디아 고도 초반에는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6번홀까지 보기만 3개를 적어내며 타수를 까먹었다. 반면 10언더파 단독 2위로 출발한 제시카 코다는 전반홀에서 보기 1개, 버디 1개를 기록하며 리디아 고를 앞서기 시작했다.
그러다 둘의 희비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한 파4 10번홀에서 갈리기 시작했다. 리디아 고가 세컨드샷을 홀컵 2미터 안쪽에 떨어뜨려 버디를 잡은 반면, 제시카 코다는 티샷이 우측으로 빗나간 데다 리디아 고 보다 약간 먼 거리에서 시도한 파퍼팅 마저 홀컵을 비켜나면서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1, 2위가 다시 최종라운드를 시작할 때로 돌아갔다. 제시카 코다는 이후 급격히 퍼팅 난조에 빠지면서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제시카 코다가 무너진 사이 한 조 앞서 경기를 펼치던 이민지가 부각 되기 시작했다. 둘은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리디아 고가 13번홀 그린 근처에서 어프로치 한 샷이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 버디를 만들어 내자 이민지도 파3 17번홀, 벙커에서 올린 샷이 깃대를 맞고 그대로 홀컵에 떨어져 버디를 잡아내는 식이었다.
정규 18홀 경기를 마쳤을 때 심적 부담이 적은 이민지는 4타를 줄여 12언더파가 돼 있었고, 리디아 고는 1타를 줄여 동타가 됐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인 둘이 우승컵을 놓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단 한번 펼쳐진 연장승부는 간절함이 더 했던 리디아 고의 완승으로 끝났다. 투온이 가능한 파5 18번홀에서 리디아 고는 유틸리티를 사용한 두 번째 샷이 홀컵 50cm 안쪽에 붙어 완벽한 이글 기회를 만들었다. 이민지도 버디로 응수했지만 리디아 고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글을 잡아내 21개월 간의 힘겨운 방황에 종지부를 찍었다.
리디아 고는 이날의 우승으로 개인 통산 15승째를 기록하며 신화를 다시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100c@osen.co.kr
[사진] 리디아 고와 제시카 코다, 이민지의 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경기 모습.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