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황선홍이 4월의 마지막날 결국 날개를 접었다.
FC서울은 30일 오후 황선홍 감독이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날인 29일 구단에 사의를 밝혔으며 고심 끝에 황선홍 감독의 뜻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은 황 감독 후임으로 팀의 빠른 안정을 위해 이을용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 2018시즌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황선홍 감독은 서울에서 22개월만에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사실 황 감독과 서울의 인연은 드라마틱했다. 지난 2016년 6월 최용수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로 서울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황 감독에 대한 기대는 반신반의였다.
포항 레전드 출신인 황 감독은 앞서 5년 동안 포항 감독으로 활약했다. 포항에서 2013년 더블 우승(리그, FA컵)을 거두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서울에서 어떤 색깔을 내놓을 궁금했다.
시작은 놀라웠다. 시즌 중간 서울을 맡았지만 리그 우승과 FA컵 준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짧은 기간 빠르게 팀을 안정시키며 자신은 2013시즌에 이어 두 번째 K리그 감독상을 받았다.
하지만 황선홍은 2017시즌 5위로 최종 마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 시즌 전 생긴 전력 공백을 메우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또한 외국인 영입에 실패,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마저 전패해 전 시즌 리그 우승팀 체면을 구겼다.
이 때부터 서울팬심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비 기용과 경기 내용이 맞물리면서 황 감독 체제는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결국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하면서 황 감독을 향한 팬심은 예민해져갔다.
이런 분위기에 황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을 천명, 기름을 끼얹었다. 스트라이커 데얀과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라이벌인 수원 삼성으로의 이적을 지켜봐야 했다. 또 윤일록은 J리그로 떠났다. 오스마르는 J리그로 임대 이적을 보냈다.
성적이 나와야 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출발이 좋지 않았다. 3월 1무 2패, 4월 2승3무2패를 기록했다. 특히 9라운드 전남전 1-2 패배, 10라운드 상주전 0-0 무승부는 결정적이었다.
황 감독의 서울은 4월까지 반등기회를 잡지 못한 채 2승4무4패, 승점 10점으로 9위에 머물고 있다. 결국 성적 부진에 따른 부담과 팬들의 지지 철회가 황새의 날개를 접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선수와의 불화설까지 나돌았다. 팀 베테랑 박주영이 자신의 SNS를 통해 "2년 동안 나아진 게 없다"며 황 감독을 저격하는 듯한 글을 남기면서 입지는 더욱 좁아들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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